[더구루=오소영 기자] 중국 에너지저장장치(ESS) 업체들이 배터리 부족으로 신규 수주를 중단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배터리 제조사들이 급증하는 전기차 수요를 감당하기 바빠 ESS용 제품 생산을 적기에 해내지 못해서다. 내년에야 공급난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에너지망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익명의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ESS 업체들이 배터리 부족으로 더는 주문을 받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중국 ESS 시장은 탄소 중립 정책으로 성장하고 있다. 올해 수요는 뜨겁지만 배터리 공급난이 발목을 잡고 있다.
중국 화능그룹청정에너지기술연구소의 류밍이(刘明义) 에너지저장기술 담당은 "일부 제조사는 재고가 없고 재고가 있어도 수량이 한정된 상황"이라며 "최고가로 팔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익명의 업계 관계자도 "배터리 가격이 올라 ESS 건설 비용이 사업 계획을 세울 때와 비교해 크게 증가했다"며 "일부 프로젝트는 내년 1분기로 연기됐다"고 부연했다. 배터리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생산비용 부담이 커지며 연말까지 신규 수주를 멈춘 ESS 기업도 등장하고 있다.
특히 280Ah 규모 배터리의 품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280Ah 배터리는 CATL이 2020년 처음 출시했다. 궈시안하이테크와 EVE에너지, 펑후이에너지도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공개되지 않았다.
배터리 부족은 신에너지차 보급에서 비롯된다. 중국은 올해 9월까지 신에너지차 판매량이 434만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9% 뛰었다. 이로 인해 배터리 생산량도 증가했지만 ESS 업체들은 완성차 회사에 밀려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류밍이 담당은 "신에너지차 배터리 수요에 비해 ESS의 시장은 작아 교섭력이 약하다"고 설명했다.
올해 상반기 중국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량은 280GWh를 초과해 전년 동기 대비 150% 증가했다. ESS용 배터리는 32GWh 이상에 그쳤다. 전체 배터리 생산량 중 ESS용 제품의 비중은 약 11%다.
업계에서는 ESS용 배터리 공급난이 단기적인 현상이라고 보고 있다. CATL과 EVE에너지, 신왕다, BYD 등 배터리 업체들이 생산량을 늘리고 있어서다. 수백만 달러의 투자 계획이 쏟아지며 수요를 충당할 것으로 보인다.
류밍이 담당은 "많은 신규 생산라인이 가동에 들어가며 내년에 공급 부족 문제가 완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