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故 이건희 2주기…'인간·기술 중시' 철학 재조명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가·경영진 참석
1주기처럼 비공개로 진행…뉴삼성 메시지 없어
'글로벌 삼성' 만든 이건희 경영철학 공유

 

[더구루=오소영 기자]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2주기 추모식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유족이 참여한 가운데 차분히 진행됐다. 전·현직 경영진과 고인과 친분이 두터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포함해 300여 명의 발길이 이어졌다. 업계의 기대를 모았던 이 부회장의 뉴삼성 메시지는 없었다. 다만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 이 회장의 '인간·기술 중시' 철학을 공유하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이재용, 조용한 추모…김승연 회장도 참석

 

이 회장의 2주기 추모식이 25일 오전 경기도 수원 소재 선영에서 열렸다.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겸 삼성글로벌리서치 고문, 김재열 국제빙상경기연맹 회장 등 유족이 참석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과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 고정석 삼성물산 사장 등 전·현직 경영진 300여 명도 찾았다. 고인과 친분이 있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 삼남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무와 함께 참석했다.

 

추모식은 1주기처럼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 부회장 일가는 10시47분께 도착해 약 40분간 선영에 머물고 빠져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추모식을 마치고 현직 사장단 60여 명과 용인에 있는 삼성인력개발원으로 이동했다. 이건희 회장 2주기 추모 영상을 시청하고 오찬을 함께 했다.

 

◇경영 메시지 대신 고인 추모에 집중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2주기 추모식에 맞춰 경영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빗나갔다. 삼성은 대신 고인을 기리는 데 집중했다.

 

삼성은 그룹 내 인트라넷에서 온라인 추모관을 열었다. '오늘 우리는 회장님을 다시 만납니다'라는 제목의 추모관에 "당신의 도전으로 용기를 얻었습니다. 당신의 혜안으로 미래를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품은 참 따뜻했습니다. 당신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새로운 내일을 향해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겠습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회장의 육성이 담긴 5분43초 분량의 추모 영상도 게재됐다. 영상에는 △미래를 내다본 선구자적인 혜안과 통찰 △변화와 혁신을 선도한 과감한 도전 △임직원을 중시한 '인재 제일' 철학 △국가와 인류 사회에의 공헌 등 이 회장의 업적과 철학이 소개됐다. 피아니스트 백건우씨와 고 이어령 전 문회부 장관, 쿠다 다미오 전 삼성전자 고문이 등장해 고인을 회고했다.

 

이 회장은 1987년 회장으로 취임한 이래 삼성을 '한국의 삼성'에서 '세계의 삼성'으로 변모시킨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취임 당시 10조원이었던 삼성의 매출액은 2018년 387조원으로, 영업이익은 2000억원에서 72조원으로 뛰었다.

 

외형적인 성장뿐 아니라 내실 다지기에도 힘썼다. 1993년 '삼성 신경영'을 선언하고 대대적인 혁신을 추진했다. 양을 중시하던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질 위주의 경영으로 방향을 선회하며 메모리반도체와 스마트폰, TV 등 20개 품목에서 '월드베스트 상품'을 가진 기업으로 키웠다. 인재 육성에도 앞장섰다. 불합리한 인사 차별을 타파하고자 공채 학력 제한을 폐지하고 지역전문가와 글로벌 MBA 제도를 도입했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유족들은 3대 기증사업을 추진하며 사회 환원을 중시한 이 회장의 신념을 실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이 회장이 평생 모은 문화재와 미술품 2만3000여 점을 국가기관 등에 기증했고 △소아암·희귀질환에 걸려 고통을 겪는 어린이 환자들을 위해 3000억원을 기부했으며 △국립중앙의료원에 기부금 7000억원을 전달해 중앙감염병병원 건립을 지원했다.

 

한편, 추모식이 조용히 지나가며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 시기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오는 11월 1일 삼성전자 창립기념일이나 사장단 정기 인사가 진행되는 12월에 맞춰 회장으로 승진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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