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홍성환 기자] 영국계 자산운용사가 삼성물산에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등을 요구했다. 2015년 제일모직과 합병 이후 기업 가치가 크게 하락했다는 이유에서다. 삼성물산이 주주 가치 재고에 나설지 주목된다.
영국 시티오브런던인베스트먼트(City of London Investment Management·CLIM)는 6일(현지시간) 삼성물산에 주주서한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CLIM은 2023 회계연도 주당 4500원 배당과 내년 말까지 50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 등을 요구했다. 내년 연례 주주 총회 안건으로 제안한다는 방침이다.
CLIM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후 주가가 크게 하락했으며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면서 "아울러 내재 가치에 대한 허용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할인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 2015년 9월 15일 두 회사 합병 이후 지난달 31일까지 삼성물산의 주가총수익률은 -25.5%로 같은 기간 코스피 대비 64%포인트 저조한 성과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CLIM은 영국에 본사를 둔 자산운용사다. 지난 2017년 삼성물산에 처음 투자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측은 "주주의 다양한 의견을 지속 경청하고 있으며 CLIM이 요구한 내용은 올해 경영실적이 확정된 이후 향후 사업계획, 경영환경 변화 등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사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2015년 5월 26일 제일모직 1주와 삼성물산 3주를 맞바꾸는 합병을 결의했다. 제일모직 가치는 높게, 삼성물산 가치는 낮게 합병비율(1:0.35)이 책정됐다. 이러한 합병 비율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총수 일가의 승계가 유리하게끔 두 회사 주식 가치를 책정한 결과라는 점에서 논란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