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하이-NA EUV, 비싼 만큼 투자 대비 효과 철저히 검토해야"

美 'SPIE 2024'서 'EUV의 미래' 주제로 심포지엄
1대 당 5000억원 호가하는 비용 등 다방면 검토 필요
'절반 가격' 로우-NA EUV 노광 장비 도입 제안도

[더구루=정예린 기자] 삼성전자가 네덜란드 ASML 차세대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하이(High) NA'의 가성비를 지적했다. 장비 반입에 거액의 투자가 필요한 만큼 도입 전부터 면밀한 검토 단계를 거치는 한편 다양한 기술·장비 활용을 제안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강영석 삼성전자 DS부문 펠로우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광공학회 'SPIE 2024' 기간 중 'EUV의 미래'라는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저는 사용자로서 항상 총 비용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성능·비용 문제로 인해 EUV의 유효 수명이 짧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 펠로우는 하이-NA 도입이 유일한 대안은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투자를 결정하기 전 장비 특성을 상세히 살피는 것은 물론 투자 대비 효과도 철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하이-NA 전작으로 이미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칩 생산에 사용중인 일명 ‘로우(Low)-NA’ 장비로도 충분히 일정 수준 이상의 첨단 공정을 구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고급 패키징 등 후공정 기술력을 결합하면 비용을 대폭 절감하면서도 뛰어난 생산 역량을 갖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이-NA와 로우-NA는 각각 AMSML 제품명 기준 EXE·NXE 시리즈라고 불리는 EUV 장비다. 하이-NA는 노광 렌즈 수치(NA)가 0.55로 로우-NA(0.33)보다 높다. NA가 높으면 해상력이 향상돼 더 미세한 회로를 그리는 데 유리하다. 

 

문제는 비용이다. ASML이 책정한 판매가는 하이-NA 3억8000만 달러(약 5050억원), 로우-NA 1억8300만 달러(약 2420억원)다. 하이-NA 1대를 구입하는 데 드는 비용으로 로우-NA 장비 2대를 구매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강 펠로우는 메모리칩과 로직칩 양산에 활용되는 경우를 분리해 EUV의 효용 가치를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이 속하는 로직칩의 경우 EUV 장비를 활용했을 때 얻는 효과가 메모리칩 대비 더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봤다. 

 

강 펠로우는 "방대한 반복 셀 배열을 가진 메모리칩 생산 공정에서 EUV의 지속 시간은 짧을 수 있다"면서도 "로직칩의 경우 레이아웃이 훨씬 더 무작위이기 때문에 EUV 수명이 더 길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오는 2027년 ASML의 하이-NA를 도입할 계획이다. 가장 먼저 하이-NA를 선점한 기업은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한 인텔이다. 인텔은 ASML과 하이-NA 6대를 공급받는 계약을 맺고 작년 12월 최초로 미국 오리건주 시설에 1대 설치를 완료했다. 하이-NA를 활용해 2나노미터(nm) 이하 초미세 공정 상용화에 성공, 삼성전자·TSMC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한다는 전략이다. 

 

한편 올해 SPIE는 지난달 25일(현지시간)부터 닷새간 열렸다. SPIE는 1955년 미국에서 설립된 광학, 광자학 분야 가장 권위 있는 국제 학회 '국제광전자공학회'(SPIE)가 주최하는 컨퍼런스다. 반도체 회로를 그리기 위한 노광기술 전반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다. 강 펠로우가 참석한 심포지엄에는 △프랭크 아부드 인텔 펠로우 △얀 반 슈트 ASML 시스템 엔지니어링 이사 등이 패널로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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