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배터리 유럽 2024] '닻' 올린 LG엔솔·삼성·에코프로, '현지화' 카드 전면에

CATL·노스볼트·GE 베르노바 등 부스 방문…韓 기술력 확인
키워드는 '현지화'…현지 공장 설립부터 인재 채용까지 '속도'
LG엔솔, 폴란드 전기차 라인 ESS용 전환 검토…2026년 8GWh
삼성도 신규 투자 만지작…"ESS용 LFP 배터리 투자 확대 검토"
에코프로비엠, 韓 자동차·배터리사와 나트륨이온 양극재 공동 개발

[더구루 뮌헨(독일)=정예린 기자]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에코프로 등 국내 주요 배터리·소재 기업들이 '유럽 세일즈'에 나섰다. 신제품·기술을 전시해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는가 하면 현지 생산 확대 계획을 발표해 경쟁사·파트너사들의 귀를 쫑긋하게 했다. 

 

19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개막한 '인터배터리 유럽 2024'에서 국내 기업들의 전시 부스는 K-배터리 기술력을 확인하기 위한 인파로 아침부터 인산인해를 이뤘다. CATL·노스볼트 등 경쟁사들은 물론 GE 베르노바·ABB그룹 등 잠재 고객사의 발길이 이어졌다. 

 

 

◇ LG엔솔, 폴란드 ESS 생산능력 8GWh 확보…CATL도 '관심’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주요 ESS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현지화' 카드를 내걸었다. 유럽 전기차 배터리 생산거점인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 생산라인 일부를 전환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실제 전시장 내 LG에너지솔루션의 글로벌 제조 역량을 보여주는 공간에 오는 2026년까지 폴란드에서 연간 8GWh 규모 ESS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보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미국 30GWh(2026년까지) △한국 1GWh △중국 14GWh(2025년까지)까지 더해 오는 2026년 LG에너지솔루션의 글로벌 ESS 배터리 생산능력은 53GWh에 이를 전망이다. 

 

현지 인재  채용에 공을 들이는 LG에너지솔루션의 노력도 엿볼 수 있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부스 곳곳에 '유럽지역 한인 연구개발(R&D) 석·박사 리크루팅 투어 및 인재카드 접수 안내'라는 현지 인재를 채용한다는 내용을 담은 홍보 문구를 배치했다. 내달 31일부터 이틀간 뮌헨에서 열리는 한-유럽 과학기술학술대회(EKC)에 기업세션과 상담 부스를 운영한다. 오는 8월 2일부터 닷새간 유럽 주요 지역을 돌며 리크루팅 투어도 진행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전시회에서 △리튬인산철(LFP) 셀을 적용한 첫 주택용 ESS 제품 '엔블록(enblock) E' △LFP 롱셀 기반 전력망 ESS '뉴 모듈러라이즈드 솔루션스(New Modularized Solutions)' △데이터센터 등에 비상 전력 제공하는 UPS 배터리 솔루션 등을 선보였다. 이중 뉴 모듈러라이즈드 솔루션스는 고용량 LFP 롱셀 'JF2 셀'을 활용해 발전소, 송배전망 등에 설치되는 중대형 ESS 신제품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리튬인산철(LFP) 기반 ESS 배터리에 대한 고객 문의가 계속 와서 기존 니켈·코발트·망간(NCM) 기반 ESS 배터리에 더해 LFP 기반 뉴 모듈러라이즈드 솔루션스를 출시하게 됐다"며 "유럽에는 아직이지만 미국과 중국에는 곧 설치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쟁사인 중국 CATL도 '뉴 모듈러라이즈드 솔루션스'에 관심을 보였다. CATL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 부스를 방문해 '뉴 모듈러라이즈드 솔루션스'를 살펴보고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와 기술 동향과 LFP 배터리 에로사항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CATL 관계자와 만난 또 다른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저희 신규 제품 론칭에 대해 관심이 있어 '뉴 모듈러라이즈드 솔루션스'를 주의 깊게 본 것 같고 저희가 어떻게 사업을 할 건지 얘기를 했다"며 "저는 오히려 CATL에 (LFP 배터리) 서비스 관점에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 물어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LFP 배터리가 화재에 대한 안전성은 있지만 충전했을 때 충전 상태를 다 확인하기 어렵다든지, 실제 랙의 용량 충전 방전에 대한 효율이 떨어지는 부분 등이 있어서 이런 게 어떠냐고 물어봤다"며 "CATL도 자기들의 문제가 아니라 EPC 쪽이나 전체 시스템 구성하는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답변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의 ESS 배터리 역량에 대해 고평가했다. 그는 "CATL 등 중국 기업에서 차세대 제품 나온 게 저희보다 용량 크거나 이런 부분이 있는데 저희가 아직 (중국 기업을) 캐치업해야 하는 부분이 많이 있다고 봤다"고 언급했다.

 

LG전자 관계자들도 LG에너지솔루션 부스를 찾아 '엔블록 E' 등 가정용 ESS 제품 라인을 살펴보고 화웨이와의 차이점과 강점 등을 물어보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ESS 관리 시스템까지 한 번에 팔기 위해 LG전자와 공동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독일 태양에너지 시스템 회사 '쿤솔라(Kuhnsolar)’ 등 현지 기업에서도 LG에너지솔루션의 기술력을 확인했다. 

 

◇ 삼성SDI, 초고가 LMO부터 가성비 LFP까지 라인업 다변화

 

삼성SDI는 초고가를 자랑하는 리튬망간(LMO) 배터리부터 △에너지밀도가 높은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배터리 △저렴한면서도 성능이 좋은 LFP 배터리까지 응용처별 ESS 배터리 라인업을 소개했다. NCA 배터리 기반 'SBB(Samsung Battery Box) 1.5’ 신제품 외 가장 눈길을 끈 것은 UPS(무정전전원장치)용 고출력 셀 LMO 배터리다. 인공지능(AI) 시대 가속화에 따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데이터센터 등에 주로 쓰인다. 

 

LMO 배터리를 UPS용으로 사용하는 배터리 회사는 삼성SDI가 유일하다. 기존 삼원계 배터리 가격이 높게 책정돼 있다. 하지만 비용보다 안전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는 해당 응용처 고객들의 성향을 고려했을 때 LMO 배터리가 최적의 조합이라고 판단했다는 게 삼성SDI의 설명이다. 

 

김형규 삼성SDI 중대형전지사업부 프로는 "현재 슈나이더 등 고객사에 UPS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며 "(삼성SDI가 공급한) LMO 배터리 관련 화재 사고는 여태까지 한 번도 없었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어 "최근 미국에서 1년에 하나씩 새로운 데이터센터가 세워지고 있을 정도로 수요가 많은데 고객사들은 모두 안전한 운영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안전 측면에서는 완전히 보수적"이라며 "4~5년 동안 검증과 테스트 등을 거쳐 트랙레코드를 쌓는데, 삼성SDI도 삼성전자를 통해 트랙레코드를 쌓아 글로벌 고객에 납품을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삼성SDI는 지난 2012년 UPS용 배터리 개발에 착수, 2014년부터 공급을 시작했다. 올해로 공급 개시 11년째를 맞았다. 현재 납축전지를 제외한 UPS 시장에서 점유율 20% 이상을 차지하며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내년 백업 시간을 줄인 신제품도 출시할 계획이다. 

 

삼성SDI는 ESS 배터리 라인업에 리튬인산철(LFP)을 추가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오는 2026년 생산을 개시한다. 양산 준비를 본격화하기 위해 조만간 신규 생산라인 구축을 추진한다. LG에너지솔루션처럼 기존 전기차 배터리 라인을 ESS 배터리 라인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 

 

삼성SDI 고위 관계자는 이날 유럽 내 ESS 생산라인 설립을 추진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검토하고 있다"며 "라인 변경 등을 포함해 ESS용 LFP 배터리 투자 확대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개막 첫날 삼성SDI 부스에도 다양한 글로벌 기업 관계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에서 분사한 청정에너지 기업 'GE 베르노바'를 비롯해 △스웨덴 배터리 회사 '노스볼트’ △스위스 자동화 기술 기업 'ABB그룹' △독일 엔지니어링 회사 'RWE 테크놀로지' 등이 방문했다. '도이체 신용은행(Deutsche Kreditbank)'도 삼성SDI 부스를 찾아 관계자들과 만났는데, ESS 판매 확대를 위해서는 금융 상품과의 연계를 통한 프로그램도 중요한 만큼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풀이된다. 

 

 

◇ 에코프로비엠, 나트륨이온 양극재 시장 진출…"국내 완성차·배터리 회사와 개발"

 

에코프로비엠이 사실상 중국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나트륨이온배터리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국내 완성차·배터리 기업과 손잡고 나트륨이온배터리용 양극재를 개발한다.  

 

이동욱 에코프로비엠 미래기술담당장(이사)는 이날 에코프로 부스를 방문한 기자들에 "국내 자동차·배터리 업체와 협력해 나트륨이온배터리를 개발을 협력하고 있다"며 "전기차와 ESS 배터리용 나트륨이온 양극재를 모두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나트륨이온배터리는 리튬이온배터리와 달리 나트륨 함량을 높여 니켈, 리튬, 코발트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나트륨은 매장량이 풍부해 채굴이 쉬워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하고 가용성 및 안정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저온에서 성능이 약화되는 LFP 배터리와 달리 나트륨이온배터리는 고온·저온에서 모두 뛰어난 성능을 구현한다. 

 

아직까지는 리튬이온배터리 대비 에너지밀도가 낮아 전기차에 적합하지 않다는 견해가 다수를 이루고 있지만 향후 성능 개선을 통해 리튬 수요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오는 2026년부터는 상당 부분 상용화가 진전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나트륨이온배터리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곳은 중국 기업들이다. △CATL △중커 하이나 테크놀로지 △나트륨에너지 △론바이 테크놀로지 등이 대표적이다. 하이나는 지난 2023년 세계 최초로 나트륨이온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시제품을 선보였다. 체리자동차는 CATL의 나트륨이온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를 내놨다. 1회 완충시 주행거리는 250km/h 수준이다. 

 

이 이사는 에코프로비엠의 나트륨이온 양극재 성능이 중국 기업들의 제품보다 우위에 있다고 자평했다. 그는 "중국산 나트륨이온 양극재와 함께 성능을 평가해 보니 에코프로비엠의 제품이 용량도 우수하고 수명도 더 좋았다"고 강조했다. 

 

에코프로비엠은 우선 나트륨이온 양극재 성능을 LFP 양극재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데 집중한다. 양극재 개발 기준 1~2년 내 LFP 양극재급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이 이사의 설명이다. 전기차 등에 실제 적용돼 주행거리를 확보하는 등의 작업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유럽 등 선진 시장 보다는 베트남, 인도 등 신흥 시장을 우선 공략한다. 주행거리는 길지 않지만 가격이 낮은 보급형 전기차를 타겟팅한다. 특히 전기차 대비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전기바이크(E-바이크)와 ESS에 나트륨이온 배터리가 우선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관련 시장 진출을 서두른다. 

 

이 이사는 "인도와 베트남 등에서는 전기바이크에 주로 납축전지를 쓰는데 환경오염 문제가 있고, NCM이나 NCA 배터리로 대체하기에는 비싼 상황"이라며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적당한 용량이 나오면서도 저렴하게 할 수 있어 전기바이크 시장을 가장 먼저 보고 있다"고 전했다. 

 

에코프로 역시 유럽 내 생산 거점을 마련하고 현지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헝가리 데브레첸에 위치한 공장에서 양산을 개시한다. 초기 연간 생산능력 3만1500톤(t)으로 시작해 △2026년 13만9500t △2027년 19만8000t으로 점차 늘려간다. 작년 한 해 국내에서 에코프로 총 생산량이 12만t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규모다. 

 

이 이사는 "헝가리 공장은 현재 70~80% 완성됐다"며 "헝가리 공장은 에코이노베이션,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AP의 생산시설이 함께 들어선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이엔드부터 로엔드까지 모든 양극재를 다 개발하고 있다"며 "모든 라인업을 다 개발하는 양극제 업체는 전세계에서 에코프로비엠이 유일하다"고 덧붙였다. 










테크열전

더보기




더구루인사이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