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제재에 러시아·프랑스 합작 반도체 기업 파산

크림반도 합병·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대러시아 제재 강화
모스크바 M램 공장 지연

 

[더구루=오소영 기자] 세계적인 M램 반도체 개발 업체인 프랑스 '크로크스 테크놀로지(Crocus Technology)'와 러시아 국영 해외투자기업 '러스나노(RUSNANO)'의 합작사였던 'CNE(Crocus Nano Electronics)'가 파산 절차를 밟는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의 제재로 러시아에서 반도체 생산이 쉽지 않아서다. 프랑스 파트너가 합작사에서 손을 완전히 떼고 부채가 늘면서 결국 백기를 들었다. 


8일 반도체 전문지 'EE타임스 차이나' 등 외신에 따르면 CNE는 최근 공식적으로 파산을 신청했다. 서방의 제재와 수요 저하 속에 당초 계획한 M램 생산에 진척을 보지 못해서다.


CNE는 2011년 설립 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 2억 유로(약 3000억원)를 투자해 M램 생산시설 건설을 추진했다. 이중 절반은 러스나노가 자금을 댔다. 이후 2014년 6000만 달러(약 800억원) 추가 투자를 결정했다. 투자 대가로 러시아 정부로부터 보조금도 받았다. 

 

러시아에서 M램 생산을 야심 차게 추진했으나 쉽지 않았다. EU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지속했다. 그 여파로 크로크스 테크놀로지의 기술을 러시아 공장에 이식하기 어려웠다. 유럽산 실리콘 웨이퍼도 수입할 수 없었다. 

 

미국 또한 러시아의 반도체 기술 수출을 막았다. 중국을 비롯해 제3국으로부터 반도체를 수입하지 못하도록 규제를 강화해왔다. . 

 

크로크스 테크놀로지는 결국 합작사 지분을 점차 줄였다. CNE의 지분 구조는 2017년 크로크스 테크놀로지 50.33%, 러스나노 49.67%였으나 2020년 7월 러스나노 99.99%로 수정됐다. 크로크스 테크놀로지는 현재 지분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

 

M램의 시장 둔화와 기술 혁신 지연으로 CNE의 한계는 뚜렷해졌고 재무 구조는 악화됐다. CNE의 부채는 2020년 1460억 루블(약 2조1500억원)을 초과했다. 투자가 늦어지면서 보조금을 돌려줘야 한다는 러시아 정부의 압박에도 시달렸다. 모스크바 중재법원에서 다툼을 벌인 끝에 보조금을 뱉어낼 위기는 간신히 모면할 수 있었다.

 

대주주인 러스나노의 자금줄도 말라갔다. 러스나노는 자금난으로 2022년부터 새 투자를 하지 않았다. 투자 프로젝트는 2021년 말 61개에서 2022년 말 45개, 2023년 말 38개로 줄었다. 올해 2월에는 자회사 플라스틱 로직스의 파산을 추진했다. 부채가 700억 루블(약 1조300억원)에 육박하며 파산 직전까지 갔었다. 

 

CNE는 생산 장비 판매에 나섰다. 정리해고를 단행해 직원 수도 2021년 87명에서 2022년 63명으로 줄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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