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윤진웅 기자] 현대자동차그룹 산하 미국 로봇전문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 로봇개 '스폿'(Spot)이 현대차 브라질 공장 안전요원으로 투입됐다. 현대차는 이번 시범 운영 결과를 브라질 공장을 비롯한 북미 등 다른 글로벌 공장 내 스폿 배치 여부에 적극 참고할 계획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브라질 상파울루주 피라시까바 공장에 스폿을 배치했다. 이곳 공장 메인 생산 모델인 크레타와 HB20 라인 모니터링을 통한 안전성 향상과 산업재해 예방 차원에서다. 특히 현대차는 이번 스폿 투입이 현지 공장 생산성을 높이는 한편 비용까지 절감할 수 있는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폿은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개발한 사족보행 로봇이다. 약 32kg의 본체에 카메라와 조명 등을 달고 있다. 배터리 수명은 90분, 시속 5km 이상의 속도로 이동하고 계단을 오를 수 있다. 쌍방향 의사소통이 가능하며, 단순히 지시를 수행하는 것 외에도 인공지능(AI)을 사용해 스스로 현장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
특히 스폿은 360도 카메라와 사물인터넷(IoT) 센서, 자율주행 프로그램 등을 탑재해 주변 장애물을 피해 최대 중량 14kg 화물을 싣고 이동할 수 있으며 특수 흡착 패드인 스마트 그리퍼를 장착할 경우 장애물을 들어 올리고 상자 등을 옮길 수도 있다. 챗GPT-4와 통합된 최신 모델의 경우에는 이미지와 언어도 처리할 수 있다.
현대차는 이번 시범 운영 테스트 결과를 토대로 스폿 지속 사용 여부를 결정하고 나아가 북미 등 다른 글로벌 공장 투입 검토에 참고할 계획이다. 브라질 공장 내 활약이 인턴에서 정규직으로 바뀔 수 있는 가늠자가 되는 셈이다. 브라질 공장에 앞서 싱가포르글로벌혁신센터(HMGICS)에는 품질 검사용 스폿 넉 대를 시험 투입한 상태이다.
아울러 현대차는 국내 공장에서 스폿을 활용하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연내 울산공장을 시작으로 아산공장까지 투입을 확대하고 내년까지 전주공장 등에서 10여 대를 운용해 순찰용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브라질에서 스폿을 활용하는 곳은 현대차 공장을 비롯해 이타이푸 기술단지와 브라질 산업개발청(ABDI)도 있다"며 "브라질 공장에서 스폿의 활용은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모든 현대차 글로벌 공장에서도 스폿을 보게 될 날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현대차 브라질 공장은 지난 2012년부터 가동 중이다. 상파울루 피라시카바에 위치해 있으며 연 생산능력은 21만대, 근무인원은 2500여명, 면적은 축구장 184배 크기인 139만㎡ 규모다. 지난 2021년부터는 반도체 수급난 여파에서도 점차 벗어나며 같은해 3·4분기 기준 현지공장 가동률이 97.3%까지 상승했고 작년 18만7891대를 생산했다. 브라질 내수 물량을 책임질 뿐만 아니라 중남미의 거점 역할 맡아 인근 지역 수출도 맡고 있다.
지난해 10월 역대 최단 기간 200만 대 돌파를 기록했다. 출하 상황을 고려한 재고 조절 차원에서 교대 근무를 조절하는 등 유연한 대처를 토대로 셧다운 없이 가동 활용도를 높인 데 따른 성과이다. 최다 생산 모델은 현지 전략형 모델인 HB20이며 160만대가량 생산됐다. 크레타는 40만 대로 나머지 생산 비중을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