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르네상스] ⑦ 홀텍 사장 "美 SMR 최우선 목표…한수원·한전과 협력 기대"

릭 스프링먼 홀텍 글로벌클린에너지기회부문 사장 인터뷰
"현대건설, 강력한 파트너…英 프로젝트, 팀홀텍이 따낼 것"
"美英 다음 인도·우크라…업계 신뢰성 중요, 아직은 컨설팅"

'원전은 기후변화의 대안인가?' 그 대답은 지난 2001년 기후변화협약 총회에서 나왔다. 결론은 '대안이 될 수 없다'였다. 23년이 지난 현재는 어떨까? 미국과 영국, 한국 등 주요 22개국은 지난해 총회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2050년까지 세계 원자력발전 용량을 현재의 3배로 확대하자고 합의했다. 퇴물 취급받던 원전이 탄소중립의 수단으로 부상한 오늘날, 한국은 그 중심에 있다. 한국은 지난 1978년 고리원전 1호기를 시작으로 50년 가까이 원전을 운영한 경험을 토대로 글로벌 원전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더구루는 한국이 주목하는 원전 도입국을 비롯해 주요국의 정부·에너지 기관·기업 등을 만나 △각국 원전 정책 △민·관 파트너십 △미래 원전 사업 등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고 한국 원전 산업의 방향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더구루 뉴저지주(미국)=정예린 기자] 홀텍은 원자력 발전소 설계, 자재, 제조와 같은 핵심 분야를 전문으로 하며 100개 이상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2050년까지 총 5.1기가와트(GW)에 달하는 32개의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를 배치한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미국을 시작으로 영국, 우크라이나 등에 SMR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2021년에 현대건설과 독점적 파트너십을 맺고 강력한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글로벌 원전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릭 스프링먼 홀텍 글로벌 클린 에너지 기회 부문 사장 겸 국제 프로젝트 부문 수석 부사장을 미국 뉴저지주에 위치한 홀텍 캠든 캠퍼스에서 만나 홀텍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홀텍의 원자력 에너지 관련 사업과 각 사업별 비중에 대해 설명해달라.

A: 처음 핵연료 시장에 진출했을 당시 웨스팅하우스, GE 등 빅 플레이어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모두들 우리에게 기술도 라이선스도 없으면서 어떻게 (사업을) 할 수 있겠냐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었다. 지금은 습식 저장(Wet Storage)은 미국 100%와 글로벌 40%, 건식 저장(Dry stroage) 분야에서는 미국 65~70%와 글로벌 30% 시장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사고 이후 안전한 원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을 시작했다. 2014년 시작한 원전 해체(discommisioning) 분야에서는 미국 내 가장 큰 규모의 상업 회사이며 현재 5개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Q: 경쟁사들과 비교해 홀텍이 원전 산업에서 가지고 있는 강점은 무엇인가?

A: 원전 설계부터 건설까지 직접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페이퍼에서 프로덕트로, 프로덕트에서 프로젝트'로 이어져 결과를 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직접 다 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분야에 대해 하청이나 외주를 주기 때문에 설계만 하면 실제 만드는 것에 대해서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웨스팅하우스가 미국 원전 시장을 망가뜨려 놨다고 생각한다. 홀텍은 자체 기술과 파트너십 등을 통해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다 책임지기 때문에 총 정리를 하면서 제대로 원전을 건설할 수 있다. 

 

Q: 미국 미시간주에 위치한 해체 작업을 진행중이었던 팰리세이즈 원전 부지에 SMR을 짓기 위해 토양 샘플링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전반적인 사업과 진행 황 등에 대해 소개해달라. 

A: 팰리세이즈 원전은 2030년말에 끝날 것으로 예상한다. 환경데이터는 이미 있기 때문에 SMR 건설을 위한 사이트를 보고 있다. 환경과 안전성 관련 데이터를 2026년까지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이 준비를 하고 있다. 

 

 

Q: 미국 외 유럽, 동남아시아 시장 등 세계 각국을 방문해 SMR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 현재 진행 상황을 공유해달라. 

A: 미국과 영국 다음으로 인도, 우크라이나 등에서 프로젝트가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인도는 2035년까지 5GW 규모 원전을 보유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는데 시장이 매우 빠르게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에서도 20개의 SMR을 구축키로 합의했는데 종전 여부 등에 따라 계획이 달라질 수 있다. 

인도와 우크라이나 등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유럽 국가들이 원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얼마나 많은 비용이 투입되고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 등 컨설팅을 해주는 단계일 뿐이지 실제 건설을 구체적으로 논의 중인 것은 아니다. 경쟁사들이 일부 국가에 원전을 짓는다고 확정적으로 말하는 것 또한 확실한 것이 아니다. 

 

Q: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A: 해외에서 잠재 고객들과 얘기를 나눌 때 가장 먼저 물어보는 것은 SMR 수주를 얼마냐 했느냐다. 우리는 경쟁사와 다르게 솔직하게 현재로선 없다고 말한다. 실제로 구축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팰리세이드 원전 부지를 통해 미국에 SMR을 처음으로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1순위 목표다. 

저는 업계가 신뢰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가 프로젝트를 전달할 때 단순히 부풀려진 마케팅에 집중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원전에 관해 미국에서 수출을 가장 많이 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자신감을 가지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설계에서 직접 건설하는 사람이 승리자라고 생각하며, 결국 우리가 가장 먼저 이기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Q: 현대건설 등과 '팀홀텍'을 꾸려 영국 원자력청이 주관하는 SMR 기술 경쟁 입찰에 참여, 웨스팅하우스와 롤스로이스 등과 함께 최종 후보에 올랐다. 현재 진행 상황과 입찰 결과를 어떻게 예상하는가?

A: 홀텍이 최종적으로 사업을 따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결과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고, 제가 생각하기엔 영국이 홀텍을 포함해 2개 회사를 선택할 것 같다. 저는 홀텍, 현대건설, 모드 맥도널드(Mott MacDonald)로 구성된 팀홀텍이 실제로 원전 사업을 하는 회사들이기 때문에 최고의 팀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Q: 현대건설과의 파트너십을 평가한다면?

A: 현대건설과의 파트너십은 매우 강력하다. 홀텍과 현대건설은 회사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비슷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잘 맞다고 느낀다. 특히 프로젝트를 구현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회사 기조가 비슷한데, 양사 모두 원전을 건설하고 만드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다. 

 

Q: 현대건설처럼 ‘팀홀텍’을 꾸려 글로벌 SMR 사업에 도전할 파트너사 후보군이 있는지?

A: 현대건설 외 철강을 한국에서 들여온다. 한국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에서도 들여오지만 한국도 주요 수입 파트너사다. 또 원전 분야에서 한국수력원자력(KHNP)과 한국전력기술(KEPCO) 등과의 협력도 기대하고 있다. 

 

Q: 전 세계 여러 국가들이 SMR 도입에 적극적인 것으로 보인다. 빅테크들도 앞다퉈 급증하는 전력을 감당하기 위해 SMR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는지? 이에 대해 의견이 있다면? 

A: 2015년 SMR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을 때 많은 해외 국가 관계자들이 원전 얘기를 꺼내면 원전에 대해 언급하지 말라고 했었다. 원전 외 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가 있는지를 물어보곤 했었다. 하지만 모두가 기본 부하를 유지하고 에너지 안정화를 위해 '세상에 원자력 없이는 일들을 할 수 없어'라고 말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ESG의 본격화라고 생각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메타 등 빅테크가 클린에너지 상품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원자력이 계속해서 등장하게 되고, 어느 순간 피할 수 없게 됐다. 마침내 각국 정부가 원자력 정책을 바꾸지 않고는 그 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제는 전 세계가 보는 것처럼 변화하고 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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