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리더들이 미국 반도체 제조·검사장비 업체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와 차세대 패키징 기술 개발을 위해 머리를 맞댄다. 첨단 패키징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미래 반도체 산업을 견인할 ‘게임체인저’가 등장할지 주목된다.
22일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에 따르면 회사는 최근 첨단 칩 패키징 기술 협력을 위해 싱가포르에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과 대학·연구 기관 등을 대상으로 서밋을 개최했다. 고성능·저전력 인공지능(AI) 칩을 위한 첨단 패키징 신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추진한다는 목표다.
이 자리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외 △TSMC △인텔 △AMD △마이크론 △NXP △웨스턴디지털 △리조낵 △앰코 △브로드컴 등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와 10년 이상 파트너십을 구축해 온 반도체 회사 20곳이 참석했다. △싱가포르 경제개발청(EDB)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싱가포르기술대학교 등 현지 정부와 교육·연구 기관도 참여했다.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가 주도하는 이번 이니셔티브는 '에픽(Equipment and Process Innovation and Commercialization·EPIC) 어드밴스드 패키징'이라고 명명됐다. 에픽은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가 반도체 장비 개발을 연구하고 테스트하기 위해 출범한 프로젝트명이다. 에픽 역시 삼성전자, TSMC, 인텔 등과 협력하고 있다. 작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장비·공정 기술 연구 시설인 에픽 센터를 짓는다고 발표했다. 7년간 최대 40억 달러를 투자한다.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는 주요 기업들 간 협력을 통해 차세대 첨단 패키징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을 절감, 혁신을 앞당기기 위해서 '에픽 어드밴스드 패키징' 이니셔티브를 기획했다. 공동의 생태계를 구축한다면 개발 로드맵을 효율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기업들은 미래 기술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고, 대학·연구 기관은 개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용화를 실현해 ‘랩-투-팹’ 전략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게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의 설명이다.
최근 첨단 패키징 분야는 초미세공정 반도체 시대 개화, AI 칩 수요 증가 등과 맞물려 급성장하고 있다. 공정이 미세해질수록 회로 간 간섭 등 물리적 문제가 발생하는데, 패키징 기술이 미세한 칩을 잘 연결하고 구동할 수 있게 만드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AI 칩의 경우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를 하나의 칩으로 묶는 방식을 택하기 때문에 복잡한 패키징 기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문제는 첨단 패키징에 대한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 패키징 산업은 단일 후공정 위주였던데다 첨단 패키징은 기술 장벽이 높다. 고도화된 기술 개발에 대한 요구와 빠른 제품 출시 주기까지 맞물린 상황이다. 또 패키징 시설은 대부분 아시아 국가에 몰려 있어 미국은 부랴부랴 패키징 공장을 짓는 등 자국 패키징 산업 생태계 구축에 전력을 쏟고 있다.
프라부 라자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반도체 사업부 사장은 "첨단 패키징은 AI 시대에 지속 가능한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반도체 로드맵에 가장 중요하다"며 "글로벌 혁신 플랫폼과 새로운 EPIC 어드밴스드 패키징 전략을 통해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는 칩 제조업체가 새로운 기술의 개념에서 상용화까지의 여정을 가속화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