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미국 필리조선소가 현지 토지매립·준설 전문 회사인 GLDD(Great Lakes Dredge & Dock Company)로부터 피소됐다. 해저 암반 설치 선박(SRIV) 건조에 투입할 자원마저 정부 지원 사업에 전용하고 납기 일정을 반복적으로 연기해 피해를 끼친 혐의다. 경영난에 이어 소송 리스크까지 터지며 김승연 회장이 힘을 실어주고 있는 한화의 미국 함정 시장 진출에도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26일 필리조선소와 오프쇼어에너지 등 외신에 따르면 GLDD는 지난 19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 동부연방지방법원에 필리조선소를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냈다.
GLDD는 선박 건조가 상당히 지연돼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 회사는 2021년 11월 필리조선소와 1억9700만 달러(약 2700억원) 상당의 SRIV 1척 건조 계약을 수주했다. 지난 15월 인도돼야 했으나 늦어졌다. 내년 10월 30일로 한 차례 늦춰진 후 최근 2026년 9월 30일로 또 연기됐다. 당초 계획보다 약 2년 지연이 전망되면서 GLDD의 피해는 심각하다.
GLDD는 입찰 당시 필리조선소가 수용 불가능한 일정을 제시했다고 회고했다. 수정된 건조 일정을 받아 계약을 진행했는데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GLDD는 건조가 늦어진 이유로 필리조선소의 의지 박약을 지적했다. 미국 정부 지원 프로젝트에 자원을 올인하며 SRIV 건조에 소홀했다는 주장이다. 단적으로 SRIV에 투입된 정규직은 1명뿐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지원 사업에 대해서는 세부 언급을 피했으나 미국 해사청(MARAD)과의 계약 건으로 추정된다. 필리조선소는 MARAD로부터 국가 안보 다목적 훈련 선박(NSMV) 5척을 따냈다. 현재 2척을 인도해 3척이 남았다.
GLDD는 필리조선소로부터 미완성 SRIV를 먼저 진수하겠다는 제안을 받았으나 반대했다고도 밝혔다. 미완성 상태로 물에 띄우면 선박 손상을 피할 수 없고, 진수를 마쳤다는 이유로 다른 사업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법원에 SRIV 건조를 서두르도록 명령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필리조선소는 약 4일 만인 22일 공식 입장을 냈다. 소송을 인정하며 SRIV와 함께 NSMV 3~5번함에 대한 건조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한화에도 부담이다. 필리조선소는 가뜩이나 경영난을 겪고 있다. 2018년 이후 6년째 손실을 보고 있다. 지난해 영업손실 990억원, 부채비율 4946%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한화오션 노동조합에서는 부실 회사를 떠안았다는 우려가 제기됐는데, 소송까지 터지며 반대 여론이 확산될 우려가 있다.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은 약 1억 달러(약 1400억원)를 들여 연내 완료를 목표로 인수를 추진 중이다. 필리조선소 지분 100%를 확보해 현대화를 추진하고 미 함정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 조선업과 협력하고 싶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사업 기회가 많아질 것으로 보이며 한화의 필리조선소 인수도 주목을 받았다. 김 회장은 최근 한화오션의 중앙연구원 시흥R&D캠퍼스를 직접 방문하고 잠수함 수출 의지를 내비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