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등용 기자] 국민연금공단이 영국 단독주택 투자펀드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 영국 단독주택 시장은 최근 몇 년 동안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어 투자 가치가 높은 곳으로 평가 받는다.
영국 주거 전문기업 롱 하버(Long Harbour)는 10일 국민연금으로부터 3억 파운드(약 5400억원) 규모로 단독주택 투자펀드의 시드 투자를 받았다고 밝혔다.
국민연금공단이 투자한 금액은 레버리지를 포함해 최대 6억 파운드(약 1조800억원)까지 영국 전역의 단독주택에 투자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롱 하버는 펀드 전체 투자 목표액을 16억 파운드(약 2조8800억원)로 설정했다.
잭 스피어먼 롱 하버 전무이사는 이 펀드에 총 8억~12억 파운드(약 1조4400억~2조1580억원)의 약정을 모집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안에 펀드를 두 번째로 마감하고 오는 2027년 최종 마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부동산전문매체 PERE에 따르면 이번 투자는 영국 단독주택에 대한 국민연금의 첫 번째 펀드 투자다. 최근 5년 동안 국민연금이 민간 부동산 펀드에 약정한 금액 중 가장 큰 규모이기도 하다.
국민연금은 부동산 플랫폼 투자 전담팀을 통해 이번 작업을 진행했다. 데이비드 JS 김이 이끄는 이 팀은 1년 전 설립됐으며, GP(운용사) 및 운영사 지분을 인수하고 부동산 플랫폼을 공동 개발하는 데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국민연금은 최근 몇 년 동안 부동산에 대한 총 자본 약정을 늘리는 동시에 펀드 배분 건수를 줄여왔다. 지난 2023년 기준 부동산에 대한 총 약정액은 전년 대비 7.4% 늘어난 85조6000억원으로 예상되며, 부동산 투자 펀드 수는 전년 226개에서 217개로 줄었다.
이번에 투자를 결정한 영국 단독주택 시장의 경우 최근 몇 년 동안 투자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부동산컨설팅업체 나이트프랭크(Knight Frank)가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지난 2023년 영국 단독주택 시장 투자 규모는 19억 파운드(약 3조4170억원)에 달했는데 전년 3억8800만 파운드(약 7000억원)보다 크게 성장한 수치다.
실제 영국 단독주택 시장에 투자를 결정한 기관투자자는 국민연금 외에 세계 최대 연기금 가운데 하나인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인베스트먼트)도 있다. CPP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10월 케네디 윌슨 매니저와 합작해 5억 파운드(약 9000억원)의 초기 투자금을 약정했다.
데이비드 윤 국민연금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번 투자는 영국 전역의 만성적인 고급 주택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주택 공급자와 예비 세입자 모두에게 상당한 이익을 창출하는 동시에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수익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09년 설립된 롱 하버는 200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으며 영국과 유럽 전역의 주거용 자산에 약 35억 파운드(약 6조3000억원)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지난 2013년 로이드 은행으로부터 주택 포트폴리오를 인수하면서 단독주택에 처음 투자했으며, 이후 2022년까지 완전 매각한 LHIF I 펀드를 통해 이 부문에 투자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