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SK하이닉스가 미·중 갈등 후폭풍으로 고전하는 중국 우시법인의 '구원투수'로 김영식 양산총괄(CPO) 부사장을 새로이 임명했다. 김 부사장은 전·후공정 양산을 총괄하는 양산총괄직에 이어 중국 메모리 반도체 생산기지도 이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이후 중국에 대한 미국 제재에 대비하며 '체질 개선'을 지휘할 중책을 맡게 됐다.
5일 중국 기업 정보 플랫폼 '톈옌차(天眼查)'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4일(현지시간) 김 부사장을 중국 우시법인장으로 임명했다.
1967년생인 김 부사장은 반도체 제조 전문가다. 2017년 반도체 포토기술그룹장(상무), 2018년 제조기술담당임원(상무)을 거쳐 2021년부터 제조기술담당 부사장을 역임했다. 작년 말 전·후공정의 시너지 창출을 위해 신설된 양산총괄직을 맡았으며, SK하이닉스의 탄소관리위원회 위원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김 부사장은 곽노정 사장의 후임으로 법인장에 올라 SK하이닉스의 중국 사업을 총괄할 것으로 보인다. 우시법인은 SK하이닉스의 세계 최대 D램 생산기지로 핵심 생산거점 중 하나다. SK하이닉스는 우시 공장에서 전체 D램의 40%를 제조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제조 기지를 확장해왔다. 인텔로부터 인수한 다롄 공장에서 낸드플래시의 30% 정도를 담당한다. 반도체 제조 기술 혁신에 기여하며 양산총괄직까지 오른 김 부사장이 후임 법인장으로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중 갈등의 영향으로 SK하이닉스의 중국 사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김 부사장에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중국 사업의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적임자로 김 부사장을 낙점했다는 관측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22년 10월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을 금지하는 미국 정부의 조치로 위기를 맞았다.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 대해 수출 통제가 무기한 연기됐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인공지능(AI) 메모리로 꼽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장비는 중국 반입이 원천 차단됐다. 중국 공장에서 첨단 반도체는 5%, 범용(레거시) 반도체는 10% 이상 생산량을 늘리지 못한다. 트럼프 2기 시대에도 규제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SK하이닉스는 추가 제재 가능성에 대비해 중국 사업을 고심하고 있다. 미국의 제재가 풀리지 않는 한 중국에서 첨단 반도체를 생산할 수 없어 사업 재편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