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LG화학이 식물성 오일로 만든 '바이오 아크릴산(Bio-acrylic Acid)' 세계 최초 상업화에 나선다. 친환경 제품 중심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가속화한다.
17일 LG화학에 따르면 회사는 올 2분기부터 국내 협력사를 통해 바이오 아크릴산 시제품 약 100톤(t) 규모를 위탁 생산한다. 추후 시장 수요에 따라 대량 양산 체제를 갖추고 국내 공장 신·증설을 통한 자체 생산을 추진한다 .
LG화학이 개발한 바이오 아크릴산은 GS칼텍스와의 파트너십 결과물이다. GS칼텍스로부터 바이오 아크릴산의 핵심 원료로, 식물성 원료의 미생물 발효 공정으로 생산된 3HP(3-하이드록시프로피온산)를 조달한다. LG화학이 기술을 개발하고 GS칼텍스가 제조를 맡았다.
LG화학과 GS칼텍스는 지난 2021년 3HP 양산기술 개발을 위한 공동개발협약(JDA)을 체결하며 인연을 맺었다. 같은해 7월 GS칼텍스 여수공장에 3HP 실증플랜트를 착공하고 2023년 하반기 완공했다. 2023년 3HP 공동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으며 협력 관계를 공고히했다.
LG화학의 바이오 아크릴산 생산에 필요한 3HP도 GS칼텍스 여수공장 내 3HP 실증플랜트에서 만들어 납품된다. 양사는 LG화학이 보유한 3HP 균주, 발효 및 정제 원천 기술과 GS칼텍스의 분리정제 및 스케일업 역량을 활용해 3HP 양산 기술 개발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미국 농무부(USDA)로부터 3HP와 3HP 기반 바이오 아크릴산이 100% 바이오 기반, 즉 비(非)석유화학 제품임을 인증 받았다. 자체 개발한 3HP 균주와 발효 기술은 물론 3HP를 아크릴산으로 전환하는 기술에 대한 공인을 받으며 친환경 소재 개발·제조 역량을 다시 한번 입증한 셈이다.
바이오 아크릴산은 피부나 인체에 직접 닿는 화장품 원료, 기저귀용 고흡수성수지(SAP)를 비롯해 전자제품 및 차량용 점·접착제, 코팅제, 친환경 도료, 탄소섬유 등 다양한 소재의 원료로 확대 적용이 가능하다. 전세계적으로 바이오 아크릴산에 대한 기술 개발 시도는 있었으나 아직까지 상용·상업화된 사례는 없다.
LG화학은 시제품 생산을 계기로 북미, 유럽 등 해외 고객 공략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특히 화장품 업계를 유망 시장으로 낙점하고 공을 들인다는 방침이다. 기존 화장품 물성과 기능성을 동일하게 유지하면서도 식물성·천연 유래 원료로의 전환이 지속 요구돼 바이오 아크릴산의 활용성이 높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글로벌 화장품 기업들은 앞다퉈 제품 포뮬러(Formula)를 바이오 기반 또는 순환 경제에서 유래한 성분으로 전환하는 등 지속가능경영에 앞장서고 있다. 예를 들어, 독일 바이어스도르프는 니베아 소프트 제품을 98% 생분해 가능한 성분으로 바꾼다고 발표했다. 이밖에 로레알, 피엔지(P&G) 등도 지속가능한 화장품 원료 사용을 확대키로 했다.
송병근 LG화학 아크릴/SAP사업부장(전무)는 "바이오 아크릴산이 고객과 시장의 지속가능성 니즈에 부응하는 혁신적인 제품이 되길 기대한다"며 "LG화학은 앞으로도 미래를 위한 친환경 기술 개발에 앞장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