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등용 기자] 세계 최대 규모의 사모펀드 운용사 미국 블랙스톤이, 한국에서 자산운용사 진출을 준비 중이다.
28일 금융권 관계자는 “블랙스톤이 한국 자산운용사 진출을 위해 지난해부터 김앤장 법률사무소 등 여러 법무법인과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초 업무보고에서 “글로벌 자산운용사 진입이 활성화되도록 국내 자회사의 펀드 중개업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내놓기도 했다.
그간 해외 자산운용사는 국내 자산운용사에게 펀드 판매를 맡기는 방식으로 영업을 해왔다. 이 과정에서 해외사가 국내사에 수수료를 줘야 하는데 직접 펀드를 팔면 수수료를 안줘도 된다.
특히 해외 펀드 투자를 원하는 국내 투자자를 직접 모을 수도 있다. 코로나 이후 국내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지 않으면서 ‘서학개미’의 미국 등 해외 증권 투자 잔액은 1조 달러, 약 1400조원에 달한다.
블랙스톤은 1985년 스티븐 슈워츠먼과 피트 피터슨이 만든 사모펀드 전문 운용사다. 부동산과 인프라, 생명과학, 성장주, 헤지펀드 등에 투자했다. 지난해 말 자산 규모는 1조 1000억달러, 우리 돈 약 1600조원에 달해 세계에서 제일 규모가 크다.
블랙스톤은 2010년 한국에 진출했다가 2014년 철수했다. 이후 2019년에 국내 1위 의약품 유통업체 ‘지오영’ 경영권을 인수하기도 했다. 2022년에 씨티금융지주 회장 출신인 하영구 씨를 블랙스톤 한국법인 회장으로 선임하며 다시 한국 사무소를 열었다. 블랙스톤은 그간 국내에서 건물 등 부동산과 기업 지분 등을 사고팔아 수익을 남겼다.
세계 최대 규모의 사모펀드가 국내 자산운용 시장에 뛰어드는 만큼 파급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자산운용과 한화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기존 국내 운용사 사이에서 블랙스톤이 ‘메기’를 넘어 '공룡'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압도적인 정보와 자금력을 갖춘 블랙스톤의 국내 시장 진출로, 국내 자산운용사에 대한 투자 감소 등 부작용도 우려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블랙스톤은 홍보대행사를 통해 "자산운용사 출범을 고려하지 않고 법무법인 논의와 준비도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