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현대자동차가 전기자동차 구동 시스템에 세계 1위 차량용 반도체 기업인 독일 '인피니언 테크놀로지(이하 인피니언)'의 차세대 실리콘카바이드(SiC) 초접합 기술을 도입한다. 인피니언과의 협력이 본격적인 결실을 맺으며, 전력반도체의 고효율·소형화를 바탕으로 전기차 성능 향상과 기술 경쟁력 강화가 기대된다.
8일 인피니언에 따르면 현대차는 인피니언의 SiC TSJ(Trench Super Junction) 기술 기반 전력반도체 'ID-PAK 1200V'를 자사 전기차 파워트레인 시스템에 적용한다. ID-PAK은 전력 효율과 내구성, 패키지 안정성을 고려해 고안된 형태로, 1200V(볼트) 전압을 처리할 수 있는 고출력 전기차용 반도체다.
현대차는 인피니언의 차세대 SiC TSJ 기술을 채택한 첫 글로벌 완성차 고객사다. 현재 인피니언과 함께 해당 기술을 적용한 구동 시스템을 시험 중이다. 이를 통해 전력 변환 시스템을 더 작고 효율적으로 만들고 전기차 전체 시스템 성능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SiC TSJ 기술은 트렌치(홈 구조)와 초접합 기술을 결합해 전력 소자의 효율성과 성능을 크게 향상시킨 혁신 전력반도체 솔루션이다. 전기차의 전력 변환 시스템을 더 효율적이고 컴팩트하게 만들어 전류 처리 성능을 높이고, 소형화와 에너지 손실 최소화를 동시에 구현할 수 있다. 시스템 설계를 간소화해 전체적인 비용 절감에도 기여한다.
이번 기술 도입은 양사 간 기존 협력의 연장선상이다. 현대차·기아는 지난2023년 인피니언과 전략적 협약을 체결하고, 2030년까지 전기·하이브리드 차량에 필요한 전력반도체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로 했다. 현대차는 당시 "전동화 모델의 전력 성능 확보와 함께,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협력 배경을 밝힌 바 있다.
인피니언은 현재 일부 고객에 SiC TSJ 기술 기반 전력반도체 샘플을 공급 중이며, 오는 2027년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양산이 본격화되면 현대차는 안정적인 공급망을 기반으로 전기차 파워트레인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피터 쉬퍼(Peter Schiefer) 인피니언 오토모티브 사업부장은 "인피니언은 자동차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 기업으로서 혁신의 선두주자이며, 자동차 기술 발전과 지속 가능한 모빌리티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며 "새로운 트렌치 기반 SiC 초접합 기술은 전기차 구동계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여 더 높은 효율과 시스템 설계 간소화를 실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