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한화세미텍이 미국 '세미키네틱스(Semi-Kinetics)'에 표면실장기술(SMT) 기기를 비롯해 다양한 장비를 납품했다. 반도체·전자 부품 제조 분야에서 고정밀·고속 실장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기술 경쟁력을 갖춘 한화세미텍의 북미 시장 입지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9일 세미키네틱스에 따르면 회사는 최근 한화세미텍 미국법인으로부터 범용 고속 칩마운터 ‘데칸(Decan) S1' 2대와 완전 자동 스크린 프린터 'ESE US-2000' 4대를 공급받았다고 발표했다. 해당 장비들은 세미키네틱스의 캘리포니아주 레이크포레스트 공장에 설치돼 생산 효율과 품질 향상을 위한 핵심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데칸 S1은 시간당 최대 4만7000개의 부품을 배치할 수 있는 고속 실장 장비로, 최대 1500mm x 460mm의 대형 인쇄회로기판(PCB)도 처리할 수 있다. 비정형 부품 실장 속도는 전작 대비 25% 향상됐고, 실시간 통신 기반 자동 픽업 위치 조정 기능도 탑재돼 정밀성과 작업 효율이 크게 개선됐다.
ESE US-2000은 고속 자동 프린팅 기능과 정밀 부품 실장을 지원하는 고성능 스크린 프린터다. 듀얼 레인(back-to-back) 구성으로 생산 속도를 극대화한다. 카트리지 기반 페이퍼리스 클리닝 시스템과 자동 페이스트 디스펜싱 기능 등을 통해 청소와 부품 실장을 자동화해 생산성을 높인다. 사용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와 고속 비전 시스템도 특징이다.
SMT는 PCB 표면에 전자 부품을 정밀하게 자동 장착하는 핵심 공정으로, 고도의 기술력과 장비 신뢰성이 요구된다. 한화세미텍은 국내 최초로 SMT 장비를 자체 개발했으며, 36년간 칩마운터 및 관련 장비를 제조·공급하며 기술력을 축적해왔다.
세미키네틱스는 45년 이상의 전자 제조 서비스(EMS) 경험을 보유한 기업이다. 한화세미텍의 북미 주요 고객사 중 한 곳으로, 레이크포레스트 공장에 설치된 한화세미텍의 실장 장비만 데칸 S1 5대와 SM482 5대 등 10대에 달한다.
이번 공급을 통해 한화세미텍은 SMT 기술력과 북미 시장 내 브랜드 신뢰도를 동시에 입증했다. 특히 EMS 수요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북미 지역에서 한화세미텍은 고속·고정밀 장비 수요에 적극 대응하며 현지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화세미텍은 지난 3월 SK하이닉스에 고대역폭메모리(HBM) 필수 제조 장비인 TC 본더(열압착장비)를 공급하는 약 420억원 규모 수주를 따내며 엔비디아 공급망에 합류했다. SK하이닉스는 올 2분기부터 한화세미텍의 TC 본더를 활용해 엔비디아에 공급할 HBM3E 12단을 양산한다. 여기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한화세미텍 미래비전총괄로 합류, 북미를 포함한 글로벌 전략 사업에 대한 그룹 차원의 지원도 한층 강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