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진유진 기자] 금 투자로 15억 달러(약 2조895억원) 이상의 수익을 거둔 중국의 은둔형 억만장자 비안시밍(卞喜明)이 이번엔 구리 선물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다.
20일 중국 언론 등에 따르면 비안은 지난 10개월간 상하이 선물거래소에서 약 9만 톤 규모 구리 선물을 사들였다. 이 거래는 비안이 인수한 중개사 '중차이 선물(Zhongcai Futures)'을 통해 이뤄졌으며, 현재 숏 포지션은 보유하지 않은 상태다.
앞서 비안은 과거 고급 플라스틱 튜브 제조업으로 자산을 일군 뒤, 지난 2022년부터 금 선물에 대규모 투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당시 그는 금값이 급등하기 직전 대규모 포지션을 잡아 15억 달러에 달하는 차익을 실현했다.
이번 구리 투자도 단기 수익보다는 장기적 흐름을 노린 전략으로 평가된다.
중국 선물 중개사 '코프코 퓨처스'의 리 이야오 부사장은 "매우 독특하고 장기적인 강세 전략"이라며 "대다수 투자자가 혼란을 피해 철수할 때에도 비안은 반대로 움직이는 선택을 통해 포지션을 지켰다"고 분석했다.
구리는 전기차, 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산업에 필수적인 금속으로, 에너지 전환 흐름 속에서 장기 상승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 발언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는 가운데, 구리 가격은 톤당 9500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톤당 1만2000~1만3000달러까지의 상승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비안의 전략은 단순한 투기성 거래와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도 있다. 그는 지난해까지 중국 경기 둔화를 반영해 구리 숏 포지션을 유지했지만, 미국 대선을 앞두고 경기 부양 기대감이 커지자 롱 포지션으로 전환했다. 이후 보유량은 지난 4월 초 약 20만 톤까지 늘었으며, 현재 일부 포지션은 뉴욕금속거래소(COMEX)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비안은 금 투자 수익이 일부 주식 및 지방채 손실과 상쇄되긴 했지만, 여전히 중국 내 원자재 시장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영향력 있는 투자자로 꼽힌다.
중국 사모펀드 운용사 '상하이 수초우 지우잉 투자관리'의 지아 정 트레이딩 책임자는 "비안의 포지션은 시장을 왜곡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의 전략은 중국 상품 시장 흐름을 읽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1963년 중국 저장성에서 태어난 비안은 실물 산업에서 자수성가한 뒤 금융시장으로 뛰어든 인물이다. 알리바바의 영화 사업에도 투자했으며, 중차이 머천트 인베스트먼트 그룹을 운영 중이다. 자산은 45억 달러(약 6조2710억원)로 추정되며, 현재는 영국령 지브롤터에 거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