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우크라이나가 한국건설기계산업협회와 손잡고 중장비 운전자 교육시설을 설립을 추진한다. 현지 재건 사업 준비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당국과 탄탄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국내 건설기계 업체들의 역할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18일 우크라이나 정부에 따르면 재건청과 한국건설기계산업협회는 지난 15일 서울 모처에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체결식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진 올렉시 쿨레바 재건 담당 부총리와 수호믈린 세르히 재건청 청장, 오승현 HD현대인프라코어 대표 겸 한국건설기계산업협회 회장 등이 참석했다.
신규 교육센터는 굴착기, 크레인, 불도저 등 다양한 중장비 운전자 교육을 전문적으로 진행한다. 한국 기준에 맞춘 최신 시뮬레이터와 장비를 갖출 예정이다. 교육 프로그램은 재향군인, 여성, 청년 등 다양한 계층에게 제공된다. 교육센터를 통해 우크라이나 내 도시와 마을 재건에 필요한 전문 인력을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것이 목표다.
MOU에는 교육센터 운영과 함께 국내 기업들이 우크라이나 복구 사업 참여를 지원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양국 전문가들은 △장비 공급 △파일럿 프로젝트 시행 △기술·컨설팅 지원 △표준 조화 △구매·서비스 요건 개발 △전문 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에서 공동으로 협력할 예정이다.
우크라이나는 MOU를 통해 재건 사업에 필요한 전문 인력을 신속하게 양성하고, 한국의 선진 건설기술과 장비 운용 노하우를 도입함으로써 재건의 품질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한국은 국내 건설기계 업체들의 현지 교육 참여, 장비 공급, 애프터서비스 등 사업 기반을 다지고 우크라이나 복구 프로젝트에서 지속가능한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할 전망이다.
MOU 체결은 한국건설기계산업협회와 한국건설기계연구원의 주관 하에 지난 15일부터 오는 21일까지 진행되는 ‘건설기계 역량 강화 초청 연수’의 일환으로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방한하며 성사됐다. 연수단은 이 기간 동안 건설장비 운용과 유지보수, 재난복구 및 친환경 시공 기술 등 재건에 필요한 노하우를 공유받고 건설장비 공급 및 교육사업과의 연계 방안을 논의한다.

우크라이나 재건 프로젝트가 속도를 내면서 국내 기업 중에는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 등의 수혜가 기대된다. 연수단은 이날 HD현대건설기계 울산캠퍼스를 방문해 굴착기와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재건용 장비와 산업 인프라를 확인했다. HD현대건설기계 스마트팩토리, HD현대중공업 조선소 도크, HD현대일렉트릭 변압기 제조시설 등도 둘러보며 한국의 산업 발전 과정과 기술력을 체험했다.
HD현대인프라코어와 HD현대건설기계는 전쟁 전 우크라이나 건설기계 시장에서 점유율 1·2위를 기록했다. 또 전후 재건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우크라이나 정부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해왔다. 양측은 지난 16일 판교 HD현대 글로벌R&D센터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전쟁 피해 현황과 복구 지원 사항을 공유하고, 건설기계 트레이닝 센터 설립과 교육 훈련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HD현대건설기계는 향후 우크라이나 주요 직업훈련학교에 실습용 장비와 VR 시뮬레이터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지 테크니션 양성과 장비 공급을 확대하고, 장비 판매와 애프터마켓사업 강화의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글로벌교육센터를 통해 학위 과정과 기종별 교육 프로그램 운영, 다국어 교재·콘텐츠 개발, 교육 강사 양성 및 현지 연수 등 교육 컨소시엄 운영도 지원할 예정이다.
쿨레바 부총리는 "MOU를 통해 우크라이나는 현대 기술,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 그리고 중장비 운전자를 위한 고품질 교육을 제공받아 재건을 강화하고 지역 사회 복구를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은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복구 과정을 시행하고 있는 국가와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맺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