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삼성SDI가 헝가리 괴드 공장의 법인 자본금을 증액하며 투자 확대에 본격 시동을 건다. 국내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이 투입되면서 현지 배터리 생산 능력 강화와 유럽 시장 대응 기반이 한층 탄탄해질 전망이다.
20일 삼성SDI에 따르면 회사는 이달 초 헝가리법인에 약 3억 유로(약 5000억원)를 출자했다. 이 중 일부는 헝가리 기업등기소에 등록된 법적 자본금으로 반영돼 기존 103만9000유로에서 133만9000유로 늘어났으며, 나머지는 자본잉여금 형태로 계상됐다.
이번 증자는 삼성SDI 헝가리법인 역사상 가장 큰 규모다. 이전에는 1억5000만~2억 유로 단위로 증자가 이뤄졌다. 헝가리 배터리 산업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상황에서도 삼성SDI가 추가 자본 확충에 나선 것은 중장기적으로 유럽 전기차 배터리 수요 회복에 대비해 생산 능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적 조치로 해석된다.
삼성SDI는 지난 5월 마무리된 유상증자를 통해 실탄을 마련했다. 당시 삼성SDI는 1주당 14만원 발행가로 1182만1000주의 신주를 발행, 총 1조6500억원을 확보했다. 조달한 자금은 △제너럴모터스(GM)와의 미국 합작법인 ‘시너지 셀즈’ 투자 △헝가리 법인 각형·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라인 확대 △국내 전고체 배터리 라인 구축 등에 배분됐다.
다만 헝가리법인 투자는 기존 계획 대비 일부 조정됐다. 전체 투자액이 6413억원에서 3961억원으로 38% 줄었다. 특히 각형 배터리 라인 투자액은 4955억원에서 절반 수준인 2503억원으로 축소됐다. 반면 LFP 배터리 라인 투자는 1458억원으로 유지돼 향후 생산 중심이 점차 LFP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졌다.
헝가리법인 투자 규모는 3억 유로로 변함없지만, 실제 자금 투입 구조에는 조정이 있었다. 유상증자를 통해 3961억원이 헝가리에 투입되며 나머지 부족분은 본사 자체 자금으로 충당한다. 당초 몇 백억 원 수준이던 부족분은 최근 환율 상승 등의 영향으로 약 1000억원까지 늘어난 상태다.
삼성SDI는 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괴드 공장 생산 설비 강화에 활용할 계획이다. 1공장은 기존 와인딩 방식에서 에너지 밀도가 높은 스태킹 방식으로 공정을 전환하며, 2공장은 생산 능력 증설에 나서는 방안이 유력하다.
괴드 공장은 삼성SDI가 유럽 완성차 업체에 중대형 배터리를 공급하는 핵심 거점이다. 2017년 괴드 1공장을, 2022년 2공장을 완공했다. 괴드 공장을 활용해 BMW와 폭스바겐 등에 배터리를 납품해왔으며, 내년부터는 현대자동차·기아의 유럽형 전기차 배터리도 헝가리 공장에서 공급할 계획이다. 현재 괴드 공장은 연간 40GWh 이상의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