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현준 기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고환율 기조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타이어 3사(한국·금호·넥센)가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긴장하고 있다.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순항하던 타이어 업계는 예기치 못한 원가 상승 압박에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 마련에 나서는 모습이다.
9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45분 기준 국내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1900.65원을 기록했다. 휘발유 가격이 1900원 선을 넘어선 것은 2022년 7월 이후 약 3년 8개월 만이다. 전날 대비로는 5.33원 올랐다. 경유 가격 역시 전날보다 6.11원 오른 리터당 1923.84원까지 치솟으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서울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1949.02원까지 올라 심리적 저항선을 위협하고 있다.
◇국내 휘발유 3년 8개월 만에 1900원 돌파…글로벌 유가 '사상 초유' 폭등
글로벌 시장의 충격은 더욱 크다. CNBC에 따르면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4월물은 8일(현지시간) 오후 6시 12분께 전 거래일보다 18.98% 폭등한 배럴당 108.1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 역시 16.19% 상승한 107.70달러까지 치솟았다. 미국 원유 가격은 지난주에만 약 35% 급등했는데, 이는 1983년 선물 거래 시작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호르무즈 봉쇄 장기화 시 '유가 200달러' 경고…인플레이션 자극
유가 폭등의 도화선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다. 원유 수송이 막히면서 중동 주요 산유국들이 생산을 줄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봉쇄가 지속될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대까지 치솟으며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를 동시에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사드 알카비 카타르 에너지부 장관은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봉쇄 지속 시 2~3주 내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급등해 세계 경제에 충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룰라 칼라프 FT 편집국장 역시 "배럴당 200달러 유가는 더 이상 상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원가 70%가 '기름값'에 좌우…고환율까지 겹친 '이중고'
이러한 유가 쇼크는 타이어 업계 수익 구조에 직격탄이다. 타이어 제조 원가의 약 60~70%가 원자재 비용인데, 핵심 원료인 합성고무, 카본블랙, 고무유 등이 모두 석유화학 공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유가 상승은 원재료비뿐만 아니라 공장 에너지 비용과 물류비까지 연쇄적으로 끌어올리는 구조다.
여기에 고환율 리스크가 더해졌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98.9원까지 치솟으며 2009년 금융위기(장중 1500원)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중동 긴장이 확대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위험회피 심리가 커졌고 원화 약세 압력도 동시에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국내 타이어 3사는 지난해 합산 매출액 18조2000억원을 기록하며 외형 성장을 이뤄냈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타이어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9.6% 증가한 10조3186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연 매출 10조원을 돌파했다. 금호타이어도 지난해 매출 4조7013억원으로 전년 대비 3.7% 증가했고, 넥센타이어도 같은 기간 12% 늘어난 3조1896억원을 기록하며 각각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다만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은 전반적으로 둔화했다. 한국타이어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4% 감소한 1조6843억원이었으며, 금호와 넥센도 각각 2.2%, 1.1% 줄어든 5755억원과 1703억원으로 집계됐다. 미국 관세 부담 등 지난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 물류비와 원재룟 값 상승이 영업이익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타이어 업계는 유가 급등이 향후 원재료 가격과 해상 운임에 미칠 파급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최근 국제 유가 상승과 관련해 현재까지 당사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으나, 향후 합성고무 등 주요 원재료 가격 및 해상 운임에 미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며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