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자동차 운송 합작사 '유코카캐리어스(EUKOR)' 지분에 연계된 옵션 구조를 손질했다. 지분 매각 권리의 행사 시점을 조정하는 대신 핵심 해상 운송망을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방식으로 재정비, 글로벌 공급망 안정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8일 노르웨이 오슬로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발레니우스 빌헬름센은 전날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유코카캐리어스 지분 20%에 대한 풋옵션 및 콜옵션 행사 조건을 변경하는 데 합의했다고 공시했다. 양사는 유코카캐리어스와 현대차그룹 간 해상운송계약(OCC)이 효력을 갖고 물동량의 최소 50%가 보장되는 동안에는 해당 옵션을 행사할 수 없도록 했다.
이번 조정은 현대차그룹이 소유한 유코카캐리어스 지분 20%를 매각 가능 시점을 오는 2029년 이후로 제한한 것이 핵심이다. 당초 현대차그룹이 원할 경우 지분을 발레니우스 빌헬름센에 매각할 수 있었고, 이에 따라 발레니우스 빌헬름센은 약 8억9700만 달러(약 1조3230억원) 규모의 잠재 매입 의무를 회계상 부채로 반영해왔다.
현대차그룹은 지분 처분 선택지가 일정 기간 제한되는 대신 유코카캐리어스를 통한 해상 운송망을 확보하게 된다. 발레니우스 빌헬름센은 단기 현금 유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최근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따른 중동 전쟁 등 지정학적 변수로 해상 물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선복과 항로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구조를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조건 변경에 따라 해당 부채의 회계 처리도 바뀐다. 발레니우스 빌헬름센은 이를 향후 행사 시점 기준 순현재가치(NPV)로 재산정하고 유동부채에서 비유동부채로 재분류할 예정이다.
2029년이라는 기준 시점은 앞서 체결된 운송계약에서 비롯됐다. 유코카캐리어스와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계약을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면서 만기를 2029년 말까지 늘렸다. 또 한국 생산 물량 비중을 40%에서 50%로 확대하는 동시에 중국 생산 물량까지 포함하도록 범위를 확장했다.
유코카캐리어스는 현대글로비스와 함께 현대차그룹 완성차 해상 운송을 담당하는 핵심 선사다. 장거리 항로 중심의 자동차 운반선(PCTC) 운항을 맡고 있으며, 이번 계약으로 중국 생산 물량까지 포함되면서 역할이 확대됐다.
이 회사는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해운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탄생했다. 현대상선이 정부의 고강도 재무구조 개선 압박 속에 자동차운반선 사업부 매각에 나섰고, 2002년 발레니우스·빌헬름센과 현대차·기아 컨소시엄이 이를 인수해 유코카캐리어스를 세웠다. 현재 발레니우스 빌헬름센이 약 80%, 현대차 12%, 기아 8%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