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도담 기자] 대만의 애플 아이폰 조립·생산기업 폭스콘이 전기차 사업 보폭을 넓히고 있다. 폭스콘은 자체적인 프로젝트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업계에선 '아이폰'에 이은 '애플카' 위탁생산을 위한 포석이란 해석이 나온다.
◇ 류양웨이 회장 "美 위스콘신 혹은 멕시코서 전기차 생산 계획"
17일 복수의 외신 보도에 따르면 폭스콘 모회사 홍하이(鴻海)정밀공업의 류양웨이(劉揚偉) 회장은 지난 16일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린 행사에서 참석 기자들에게 미국 위스콘신 주(州)나 멕시코에서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폭스콘은 이미 지난 2017년 미국 현지 TV용 스크린 생산공장을 짓는다는 명목으로 미국 위스콘신 주에 100억달러(약 11조3000억원)를 투입기로 하고 부지를 조성한 상태다. 주 정부와의 협상으로 실제 공장 건설까진 이뤄지지 않았으나 이를 전기차 생산공장으로 전용할 여지가 있다.
류 회장은 미국 위스콘신 주를 유력한 전기차 생산 후보지를 지목하며 다만, 멕시코에 공장을 지을 가능성도 여전하다고 했다. 또 6월 중 경제성을 고려해 생산지를 확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프로젝트 피어(PEAR)'로 이름 붙인 폭스콘의 전기차 사업 진출이 점점 구체화하는 모습이다. 폭스콘은 한 달 앞선 올 2월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피스커(Fisker)와 함께 전기차를 개발·생산·판매하기로 했다. 또 2023년부터 연 25만대 이상의 전기차를 생산한다는 계획도 확정했다.
◇ 폭스콘 전기차 플랫폼 MIH 동맹 1065개
폭스콘은 전기차 사업 첫 진입을 위한 글로벌 파트너사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홍하이정밀공업 최고기술책임자(CTO) 웨이궈장(魏國章)은 대만 중앙사(中央社)를 통해 폭스콘의 전기차 플랫폼 MIH 동맹이 1065개사로 확대됐으며 7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한다고 16일 밝혔다. MIH 동맹에는 △삼성SDI △자율주행 보안기업 아우토크립트 △인포테인먼트 솔루션 기업 드림에이스 등 국내 기업도 합류해 있다.
업계 최대 관심은 폭스콘이 아이폰에 이어 애플카도 위탁생산할지 여부다. 폭스콘의 전기차 사업 진출 자체는 단순히 급증하는 전기차 기업이 하나 더 늘어나는 것일 뿐이지만 폭스콘의 '프로젝트 피어'가 애플의 '프로젝트 타이탄'과 합쳐질 경우 얘기가 180도 달라진다. 여기에 시가총액 세계 최대의 애플의 전기차 진출이 가시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애플은 올 들어 현대차그룹과 닛산, 폭스바겐, BMW 등 기존 자동차 회사와의 애플카 (위탁)생산 협의를 추진해왔으나 번번히 무산됐다. 당사자들이 함구하고 있어 그 이유를 단정할 순 없으나 기존 자동차 회사가 막강한 잠재 경쟁자 애플카를 단순 위탁생산하는 데 만족할 수 없었기 때문이란 게 업계 전문가 대부분의 공통된 해석이다.
◇ 애플 여전히 비밀주의
지금까지의 사례를 봤을 때 애플은 경력이 오랜 기존 자동차 회사만 고수하고 있지만 만약 폭스콘이 '프로젝트 피어'를 통해 자체적으로 전기차를 안정적으로 양산하는 실력을 보여준다면, 좀처럼 파트너를 찾지 못하는 애플로서도 생각을 달리 할 가능성이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1일(현지시간) 폭스콘을 캐나다 자동차 부품사 마그나와 함께 애플카 위탁생산 가능성이 큰 기업으로 꼽기도 했다. 마그나 역시 완성차를 생산한 이력은 없지만 전동화에 발빠르게 대응 중이다. 지난해 12월 피스커와 손잡고 전기차 직접 생산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 LG전자와 손잡고 전기차 파워트레인 개발을 위한 합작투자사(JV) LG마그나파워트레인(가칭)을 설립한다는 계획도 확정했다.
다만, 애플의 협력사에 대한 강력한 비밀유지조건을 고려하면 애플이 폭스콘과 위탁생산을 논의하고 실제 손잡는다고 하더라도 애플카 생산이 가시화하기 전까진 양사 모두 함구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류 회장은 이날 애플카 위탁생산 가능성에 대해 "소문일 뿐"이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