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루&이슈] 소문만 무성 '애플 카' 진짜 나올까…기술개발 '팩트'

'애플 카' 직접 개발 고심 정황
현대차 협업 논의는 '진행형'

 

[더구루=김도담 기자] 지난 8일 현대차와 애플의 제휴설이 터졌다. 현대차는 시장의 궁금증이 커지자 '다수의 기업으로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공동 개발 협력 요청을 받고 있으나 초기단계로 결정된 바 없다'는 공시로 그 질문에 답했다. 애플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으나 시장에선 사실로 인식했다. 현대차 주가가 급등했다. 현대차가 애플의 협력사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비밀유지계약(NDA·Non Disclosure Agreement)'를 고려해 애플을 언급하지 않았을 뿐이란 해석이 뒤따랐다.

 

직접 당사자를 빼면 사실 확인이 어렵다. 애플은 현대차와의 협력은 둘째치고 심지어 '애플 카'를 개발하겠다고 밝힌 적도 없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2017년 6월 미국 언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애플의 자동차 관련 계획, 이른바 '프로젝트 타이탄(Project Titan)'에 대해 짧게 언급한 게 전부다. 그는 당시 "애플은 자율주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매우 중요히 여기는 핵심 기술이다. 자율주행 시스템은 모든 인공지능(AI) 프로젝트의 모태가 될 수 있으며 실현 가능한 가장 어려운 AI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론 애플이 (자동차용)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하겠다는 건지 직접 '애플 카'를 만들겠다는 건지 알 수 없다.

 

앞으로도 한동안 '애플 카'의 실체를 확인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스티브 잡스 창업주 때부터 시작한 애플의 '신비주의 집착'은 현재진행형이다. 현대차가 실제로 애플과 협력하더라도 애플의 엄격한 NDA에 막혀 이를 공개적으로 밝히기는 쉽지 않다.

 

다만, 애플 카의 실체에 대한 '힌트'는 계속 유출되고 있다. 차는 스마트폰과 달리 수만 개의 부품이 필요하다. 실제 도로에서의 시험주행이 필요하다. 단계별 정부 인증도 필수다. 무엇보다 현재 애플에 없는 자동차 엔지니어를 영입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완전한 비밀주의는 불가능하다. 이렇게 유출된 정보를 토대로 애플 카의 실체를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살펴볼 수 있다.

 

◇자율주행 기술 개발은 '팩트'

 

팀 쿡의 말처럼 애플이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는 건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프로젝트 타이탄이 2014년부터 시작됐다는 것도 정설이 됐다.

 

이 프로젝트의 실마리가 처음 유출된 건 2015년 2월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에서 애플 소유의 밴이 천장에 독특한 형태의 카메라를 달고 운행한 게 목격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구글 맵 같은 지도 제작용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현지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수일 후 '테슬라 직원이 애플의 매우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위해 회사를 갈아타고 있다'는 익명의 애플 직원 이메일을 보도했다.

 

 

이 같은 설을 정설로 바꾼 건 유력 경제매체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다. FT는 같은 달 중순 애플이 전 메르세데스-벤츠 연구개발부문 임원 요한 융비르트(Johann Jungwirth)를 영입한 사례와 함께 '애플이 비공개 연구실에서 일할 자동차 전문가를 비밀리에 모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같은 날 또 다른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2014년부터 전기차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못박았다. '프로젝트 타이탄'이란 명칭도, 이를 이끄는 사람이 포드 출신 엔지니어 스티브 자데스키(Steve Zadesky)란 것도, 팀 쿡이 200명으로 출발한 이 프로젝트에 1000명 이상을 투입하라고 지시한 것도 이때 보도로 알려졌다. 애플이 이맘때 오스트리아 자동차 회사인 마그나 슈타이어와의 협력을 타진했다는 것도 확인됐다.

 

2017년 초엔 애플이 렌트카 회사 허츠(Hertz)에서 임대한 렉서스 RX450h에 카메라와 센서를 달고 캘리포니아 주 도로를 달리는 모습을 다수 포착했다. 애플은 이후 폭스바겐과의 협력 아래 실리콘밸리 지역 직원의 이동을 위해 'PAIL'이란 자율주행 셔틀 서비스 개발에도 나섰다. PAIL은 '팔로알토 투 인피니티 루프(Palo Alto to Infinite Loop)'의 약자다. 인피니티 루프는 캘리포니아 주 쿠퍼티노에 있는 애플 본사의 건물명이다.

 

 

애플이 자동차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근거는 셀 수 없이 많다. 애플이 본사 인근 서니베일에 임대한 '식스티에잇 리서치'는 시장조사회사란 설명과 달리 시 당국에 자동차 정비 관련 허가를 받아놓고 있다. 독일 베를린에도 애플의 비공개 자동차 연구소가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애플이 2016년 중국 최대 자동차 공유 회사 디디추싱에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를 투자한 것도, 이보다 앞선 2015년 12월 'apple.car', 'apple.cars', 'apple.auto' 같은 도메인을 등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애플이 '애플 카'를 개발한다는 확실한 근거는 아니지만 최소한 자동차 부문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방증이다.

 

애플은 사실 아이폰을 처음 내놓은 2007년 전후부터 자동차 개발에 관심을 가져왔다.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주가 오래 전부터 자동차를 사랑했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잡스는 사망 한 해 전인 2010년 미국의 자동차 제조 스타트업 '브이 비히클(V-Vehicle)'을 만나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폰이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애플은 전사적으로 아이폰에 집중해야 했다. 당시로선 자동차 개발 프로젝트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

 

◇'애플 카' 직접 개발 고심 정황

 

그러나 애플이 직접 자동차, 이른바 '애플 카'를 개발할 것인지 아니면 자율주행 전기차를 위한 시스템을 개발해 다른 자동차 회사에 공급할지는 미지수다. 지금까지 외부에 유출된 '팩트'만 고려했을 때 애플도 지난 7년 남짓 이를 고민하며 오락가락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프로젝트 타이탄'의 잦은 리더십 변화가 이 같은 추정의 근거다. 처음 프로젝트를 이끈 것으로 알려진 스티브 자데스키(Steve Zadeski)는 2016년 1월 프로젝트 종료 계획을 밝히며 퇴사했다. 이 때문에 애플이 자동차 개발 계획을 보류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후 애플의 타이탄 프로젝트는 애플 카 개발보다는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에 무게가 실리는 듯했다. 스티브 잡스의 왼팔로 불리다 2013년 은퇴한 밥 맨스필드(Bob Mansfield)가 같은 해 7월 복귀해 스티브 자데스키의 뒤를 이었으나 그해 8~9월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수십 명의 직원 해고 소식이 알려지며 프로젝트의 목표 전환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애플이 애플 카 개발보다는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는 게 업계의 추측이었다. 팀 쿡은 이듬해 7월 타이탄 프로젝트의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을 공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1년여 후인 2018년 8월 애플이 실제 애플 카를 개발할 수 있다는 추측에 다시 힘이 실렸다. 더그 필드(Doug Field)의 애플 복귀가 그 근거다.

 

더그 필드는 애플 하드웨어 엔지니어 총괄이었으나 2013년 테슬라 수석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5년 동안 활약했었다. 테슬라의 인테리어 부문 부사장 스티브 맥마너스, 드라이브 시스템 부문 부사장 마이클 슈베쿠치 등이 이맘때 애플로 넘어왔다. 현지 언론에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애플에 분노했다는 후문이 돌았다.

 

 

애플 전문 애널리스트 밍-치 쿠오는 이맘때 "애플이 2023~2025년께 출시할 애플 카를 개발하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더그 필드는 2019년 1월 프로젝트 타이탄 내 직원 200여명을 해고했다. 2020년엔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에 초점을 맞춰 온 것으로 알려진 타이탄 프로젝트의 또 다른 리더 밥 맨스필드도 은퇴했다. 그 뒤는 2018년 애플에 합류한 구글 AI 최고책임자 출신 존 지아난드레아(John Gianandrea)가 맡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AI를 활용한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을 위한 인적 구성이 갖춰진 것이다. 애플은 그 사이 자율주행차 스타트업 드라이브 닷 에이아이(Drive.ai)를 인수했고 이곳 인력도 흡수했다.

 

◇애플 카 나온다면 언제쯤

 

최근 보도는 애플의 '애플 카' 개발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진다. 애플은 2020년 초 현대차와 협력 관계인 전기차 스타트업 '카누'와의 협업을 추진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같은 해 12월 로이터통신은 애플이 전기차 배터리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애플 카'를 개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국내에도 잘 알려졌듯 이달 초 현대차와의 협력 제안설이 나왔다. 협력기업과 함께 차를 직접 만들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최근 외신과 전문가 역시 시기가 다를 뿐 애플 카 개발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애플이 여전히 '애플 카'를 개발 중이며 2024~2025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도 2026~2028년 이후 애플 카가 나올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을 보도했다. 심지어 대만 경제매체 이코노믹데일리는 비슷한 시기 자국 자동차 부품업계를 인용해 이르면 내년 9월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고도 했다.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 분석이지만 대만은 아이폰의 주요 부품 공급처다.

 

그러나 애플이 실제 '애플 카'를 개발하는 게 목표인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애플 전문 애널리스트 밍-치 쿠오는 최근 "애플은 자동차 시장의 경쟁자가 되려는 게 아니라 (자동차 회사를 고객으로 하는) 칩을 새로운 히트 상품으로 만들려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앞선 2018년엔 2023~2025년께 애플 카가 나올 것으로 전망했으나 최근엔 최소 2025~2027년까진 애플 카가 나오지 않으리라 봤다. 미국 IT전문매체 EE타임스는 최근 애플이 개발하고 있는 자율주행 전기차용 칩이 A12 바이오닉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한 'C1'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애플 카에 대한 이 같은 전망은 현대차와의 협업 성사 여부와 직결할 수 있다. 애플이 직접 애플 카를 만든다면 현대차는 시장의 우려처럼 단순 위탁생산 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 애플은 이미 아이폰을 대만 폭스콘에 위탁 생산해 온 전례이 있다. 독자적으로 자율주행 전기차를 개발하고 있는 현대차로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다.

 

그러나 애플이 자동차 회사를 고객 삼아 자율주행 전기차 운영체계(OS)와 칩을 판매할 생각이라면 현대차로선 고심할 수밖에 없다. 현대차가 애플과 초기에 손잡는 자동차 회사가 된다면 브랜드 가치가 급상승할 수 있다. 삼성 갤럭시 폰이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계(OS)를 채택해 세계를 제패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자율주행 전기차의 핵심을 애플에 내어준다는 점은 적잖은 부담이다. 당장은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수 있지만 잠재적인 미래 경쟁자의 힘을 키워주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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