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미국에서 D램 가격 담합 의혹으로 피소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이 4년여 간의 공방 끝에 최종 승소했다. 같은 혐의로 제기돼 진행중인 다른 소송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국 제9 연방순회항소법원(CAFC)은 지난 7일(현지시간) 현지 로펌 하겐스 버먼이 캘리포니아 북부 지방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제기한 항소심을 기각하고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캘리포니아 북부지법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3사의 손을 들어줬었다.
항소법원은 원고가 주장하는 피고의 위법 행위에 대한 실질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피고들이 D램 가격을 의도적으로 조정하기 위해 생산량을 줄이는 등 사전 합의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정황적·사실적 증거없이 추측 뿐이라는 지적이다.
캐시 앤 벤시벤고 항소법원 판사는 "원고가 제시한 8개의 '플러스 요인' 주장은 피고들의 가격 담합 모의에 대한 추론을 뒷받침하는 데 필요한 '뭔가 더'를 설명하지 못한다"며 "따라서 피고들 간 사전 합의를 전제로 한 원고의 항소 청구를 기각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판결문에 명시했다.
하겐스 버먼은 지난 2018년 4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캘리포니아 북부 지방 법원에 제소했다. 2년 뒤인 2020년 12월 원고 패소 판결이 나왔으나 항소를 결정했다.
원고는 3사가 미국 셔먼법 제 1조를 위반, D램 공급을 제한하고 가격을 인상하기 위해 공모하는 반경쟁 행위를 저질렀다고 강조했다. △피고 기업 간 주고받은 가격 조정 신호 △자본 투자의 동시 감소 △자기 이익에 대한 공급 삭감 △공급 삭감을 장려하는 공개 성명 △공모 기간 사이 전략 조정 △수요, 공급에 관한 피고 간의 정보 교환 △높은 시장점유율 △가격 담합에 대한 이전 형사 유죄 판결 등을 ‘플러스 요인’으로 제시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은 전 세계 D램 시장점유율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이들이 독과점 지위를 이용해 생산량을 제한하며 가격을 끌어올렸다는 게 원고측 입장이다. 특히 2016~2017년 사이 D램 가격이 폭등해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다.
3사는 항소심 승소로 D램 가격 담합 혐의를 벗는 동시에 관련 유사한 법적 공방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선례를 남기게 됐다. 특히 하겐스 버먼은 이번 소송 외에 2019년, 20201년에도 잇따라 3사를 상대로 소비자 집단 소송을 냈다. 해당 소송들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관련 소송이 캐나다까지 번져 3사는 캐나다에서도 D램 가격 담합 혐의로 피소된 바 있다. 작년 11월 피고 승소 판결을 받았다. <본보 2021년 11월 18일 참고 [단독] 삼성전자·SK하이닉스, 'D램 담합' 캐나다 집단소송 3년 만에 승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