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중국 배터리 회사들이 지난 1년 동안 최대 500GWh에 달하는 해외 공장 건설을 발표한 것으로 확인됐다. 탄탄한 내수를 토대로 폭풍 성장한 중국 기업들이 유럽을 중심으로 글로벌 영토를 확장하며 국내 기업과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3일 코트라 베이징무역관과 창장증권연구소에 따르면 중국 주요 배터리 업체들이 지난 1년간 계획한 해외 배터리 공장의 생산능력은 총 400~500GWh에 달한다.
CATL은 지난 8월 헝가리 데브레첸에 연간 생산능력 100GWh에 달하는 유럽 최대 배터리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공장 부지만 221만㎡, 총투자액은 73억4000만 유로(약 10조원)다. CATL은 연내 착공해 2028년께 완공한다는 목표다.
SVOLT도 독일 자를란트에 배터리 팩·모듈 생산시설을 건립했다. 연내 팩 생산에 돌입하고 내년부터 모듈 양산에 착수할 예정이다. 테슬라 기가팩토리가 있는 브란덴부르크에 신공장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
궈시안은 연내 독일 괴팅겐 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다. 연간 5GWh의 생산라인을 먼저 돌리고 궁극적으로 생산량을 20GWh까지 확대한다. 아울러 중국 허페이·미국·베트남 생산시설에 장비를 깔아 연간 60GWh의 배터리 생산체제를 구축한다.
파라시스에너지는 터키 전기차 업체 토그(Togg)와 세운 합작사 SIRO를 통해 배터리 모듈·팩 생산시설을 지었다. 엔비전 AESC는 프랑스 북부 두에(연간 24GWh)와 잉글랜드 선덜랜드(연간 25GWh), 일본 이바라키현(연간 18GWh), 미국 켄터키(연간 30GWh), 스페인 나발모랄 데 라 마타(연간 30GWh)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해외 영토를 확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기술력과 생산성, 경쟁력 향상에 있다. 중국은 전기차 시장의 호황으로 이차전지 탑재량이 지난해 142.8% 급등해 150GWh를 돌파했다. 올해 1~8월 탑재량은 162.1GWh에 달한다.
거대한 내수 시장과 중국 정부의 지원을 토대로 중국 기업들은 빠르게 성장했다. 올해 8월 누적 기준 중국 배터리 탑재량 상위 10개 기업 중 LG에너지솔루션(8위)을 제외한 9곳 모두 중국 토종업체이다. 특히 CATL은 47.5%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핵심 원재료의 가격 급등으로 생산원가 부담이 가중되면서 수익성을 개선하고자 해외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리튬, 니켈, 코발트 등 배터리 원재료 가격은 지난해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탄산리튬 가격은 8월 중순부터 상승세로 전환했으며 9월 들어 t당 49만 위안을 넘었다.
중국 업체들은 생산비용 상승으로 인한 실적 악화를 최소화하고자 고객사 발굴에 열을 올리고 있다. CATL은 BMW와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스텔란티스에 공급을 고려해 유럽에 투자를 결정했다. 궈시안은 폭스바겐, 빈패스트, 보쉬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으며 파라시스에너지는 다임러의 전기 세단 EQS에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해외 생산 거점을 마련하며 국내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원재료부터 소재 생산까지 자체 공급망을 강화해 배터리 생산비용을 낮추고 주도권을 가져가려고 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이 이를 주시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 중국 2위 배터리 업체인 BYD는 올해 초 8만t 규모의 칠레 리튬 광산 채굴권을 확보하며 업스트림 부문으로 사업을 확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