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어닝쇼크' SK하이닉스 최후의 카드…투자·생산량 축소

영업익 전분기, 전년 동기比 약 60% 감소
판매·출하량·가격 등 모두 감소…지정학 이슈까지
"유례 찾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상황"

 

[더구루=정예린 기자] 메모리 반도체 업계가 혹한기에 접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된 가운데 SK하이닉스가 직격탄을 맞았다. SK하이닉스는 전례없이 "고통스럽다"고 심경을 토로하며 투자 축소와 생산량 감산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담당 사장은 26일 열린 지난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내년 투자 규모를 올해 대비 50% 이상 감축하고,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내년까지 불황이 계속될 수 있다는 암울한 미래도 예고했다. 

 

직전 분기까지만 해도 흔들림 없는 성장세를 자신했던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우려했던 실적 악화가 숫자로 나타나고 '어닝쇼크'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올 3분기 매출 10조9829억원, 영업이익 1조655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기과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1%, 60% 감소했다. 전날 기준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인 영업이익 2조1569억원을 한참 밑도는 수치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대외 시장 환경 악화로 사업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다. 모든 지표가 악화됐다. 특히 주요 제품인 PC와 스마트폰 수요가 급감하면서 고객사의 재고가 늘고 자연스레 주문이 줄었다. 판매량 뿐만 아니라 가격도 떨어졌다.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평균판매가격(ASP)이 전 분기와 비교해 20% 가량 하락했다. 

 

갈수록 심화되는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다툼 여파도 피해갈 수 없었다.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반도체칩 수출을 제한한 데 이어 현지 생산기업에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 판매를 금지하는 수출통제 조치를 취했다. SK하이닉스는 우시 공장에 대해 1년간 라이선스 발급을 받지 않아도 되는 유예 기간을 부여 받았으나 EUV(극자외선) 장비 반입, 초미세공정 기술 적용 등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양국 갈등이 매듭지어지기 전까진 시한부 신세나 다름 없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는 그간 수많은 업다운 사이클을 겪으며 불황과 호황을 오갔다. 기업들은 일본 수출규제부터 미중 무역분쟁까지 굵직한 지정학적 이슈들 속에서도 시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장및빛 전망을 내놨었다. 과거와 달리 반도체 산업 불황이 위협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희망적인 미래를 그리기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도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수립하고 상황을 면밀하게 살피고 있다. 

 

노종원 사장은 "현재 대내외적 이슈가 비즈니스 의사결정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데 중국에 공장을 가지고 있는 당사 입장에서 이같은 제약 조건은 여러 의미에서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우시 팹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 온다고 가정한다면, 컨틴전시 플랜 일환으로 팹이나 장비 매각 혹은 우시 팹 장비를 한국으로 옮겨오는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중이나 이런 상황이 오지 않고 팹을 정상적으로 잘 운영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노 사장은 "메모리 산업은 기존에도 업다운 턴이 있었지만 현재 보고 있는 다운 턴은 거시경제의 불확실성, 지정학적 이슈로 유례가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모두에게 힘들게 다가오고 있다"며 "생산량과 케펙스(설비투자) 축소는 굉장히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이슈들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다운 턴이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으며, 낸드의 경우 내년 생산 빗그로스가 없을 수도 있는 상황까지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차세대 기술과 신사업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238단 4D 낸드와 HBM3, DDR5, LPDDR5 등 D램 최신 기술 비중이 점차 확대돼 글로벌 경쟁력 우위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확장현실(XR)과 가상현실(VR) 장치, 오토모티브 산업 성장에 따른 메모리 수요량 증가도 또 다른 사업 확대 기회 요인으로 봤다. 

 

SK하이닉스는 "당사가 고대역폭 제품인 HBM3와 DDR5·LPDDR5 등 D램 최신 기술을 선도하고 있어 장기 성장성 측면에서 회사의 입지가 확고해질 것"이라며 "올해 3분기 업계 최초로 238단 4D 낸드를 개발했고, 내년에 양산 규모를 확대함으로써 원가경쟁력을 확보해 수익성을 지속 높여갈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테크열전

더보기




더구루인사이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