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파운드리 성숙 공정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들이 잇따라 신규 투자를 단행한다. 반도체 업계 불황이 메모리칩을 넘어 파운드리까지 덮친 가운데 치킨게임 양상으로 흘러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대만 UMC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열린 이사회에서 324억2000만 대만달러(약 1조3808억원) 규모 투자안을 승인했다. 대만 타이난(팹 12A) 공장을 확장하고 싱가포르 신공장(팹 P3) 건설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다.
UMC는 이번 투자를 포함해 두 개의 주요 생산거점 증설을 위해 향후 3~4년간 총 100억 달러(약 13조870억원)라는 대규모 자금을 쏟아 붓는다. 시장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장기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선제적 조치라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타이난 공장은 지난 2002년 설립된 생산기지다. 현재 14나노미터(nm) 공정 기반 칩을 생산한다. 월 생산량은 8만7000개 이상이다.
현재 건설중인 싱가포르 신공장은 22~28나노 공정을 기반으로 한다. 월 웨이퍼 3만장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춘다. 오는 2024년 말 가동이 목표였으나 인력과 자재 부족 등으로 건설이 지연되면서 오는 2025년 초 양산에 돌입할 전망이다. 기존 싱가포르 소재 생산시설(팹 12i) 인근에 들어선다. 예상 투자액은 총 50억 달러(약 6조5490억원)다.
UMC 외에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SMIC도 75억 달러(약 9조8235억원)를 들여 톈진에 28나노 신규 생산시설을 짓고 있다. 월 생산능력은 10만 장에 이른다.
UMC와 SMIC가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것은 압도적인 생산능력을 앞세워 28나노 등 파운드리 성숙 공정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문제는 소비심리 둔화 등 세계 경기 불황으로 메모리반도체 시장에 불어닥친 한파가 파운드리까지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량 확보 전쟁이 벌어졌던 과거와 달리 실제 파운드리 주문이 감소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수요 없는 공급으로 과잉 투자에 따른 치킨게임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3분기 TSMC를 제외한 파운드리 대부분의 기업이 고객사의 주문 축소에 영향을 받았다"며 "전 분기대비 매출 증가세가 계속됐던 지난 2년간의 파운드리 업계 호황이 올해 3분기를 끝으로 전환점을 맞이했다"고 현 시장 상황을 진단했다.
한편 TSMC와 삼성전자 등 상위 2개 업체가 10나노 이하 미세공정 기술 경쟁을 펼치는 사이 하위 공정은 UMC, 글로벌파운드리, SMIC 등 3개사가 주력하고 있다. 지난 3분기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각각 UMC 6.9%, 글로벌파운드리 5.8%, SMIC 5.3%를 차지해 근소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