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SK하이닉스가 1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등 초고성능 D램이 호실적을 이끌었다. 업황도 나아지고 있지만 투자에는 신중한 입장을 고수했다. 다만 고성장이 예상되는 HBM 생산 능력은 두 배 키우며 인공지능(AI) 시대에 대응한다.
SK하이닉스는 25일 연결 기준 작년 4분기 매출 11조3055억원, 영업이익 346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2022년 4분기 적자를 낸 이후 1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좋은 성적표를 이끈 효자 품목은 단연 'HBM'이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 절반이 넘는 점유율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AI 반도체 회사 엔비디아에 4세대 HBM인 HBM3를 독점 공급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엔비디아와의 공고한 협력을 토대로 HBM3 매출은 전년 대비 5배 이상 뛰었다.
DDR5 사업도 잘 나갔다. DDR5 매출은 4배 이상 증가했다. SK하이닉스는 128GB에 이어 256GB 제품을 공급해 포트폴리오를 넓힌다. 작년 11월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고성능 모바일 D램 제품인 'LPDDR5T'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에 이미 납품했다. SK하이닉스는 16GB에서 24GB에 이르는 고용량 솔루션을 적기에 공급할 계획이다.
낸드도 실적을 견인했다. 공급사들의 고강도 감산 결과 작년 4분기부터 가격이 오르며 수익성은 개선되고 있다. 작년 4분기 낸드의 평균판매가(ASP)는 전분기 대비 40% 이상 올랐다.
시황 전망은 밝다. SK하이닉스는 D램, 낸드플래시 수요는 각각 10% 중후반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PC, 모바일, 서버 시장이 살아나고 온디바이스 AI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수요 상승이 전망된다. 김석 SK하이닉스 낸드마케팅담당은 "D램은 상반기 중, 낸드는 하반기 중에 정상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봤다.
흑자를 달성하고 업황도 회복되고 있지만 보수적인 투자 기조는 바뀌지 않았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감산이 필요한 구형(레거시) 제품의 생산은 계속 감소하는 반면 수요가 증가하는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생산이 늘어 전체적인 생산량 증가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동률 회복에도 불구하고 올해 메모리 업계의 생산 증가율은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커져 한 자릿수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올해 HBM 생산 규모를 전년 대비 2배 키운다. 경기 이천 M15와 충북 청주 M16 공장의 유휴공간을 적극 활용한다. 본격적으로 수요가 증가할 HBM3E를 적기 공급하고 차세대 제품인 HBM4의 개발에도 속도를 낸다. 김규현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담당은 "HBM 시장은 중장기 연평균 60% 수준의 수요 성장을 예상한다"며 "AI 상용화 수준과 신규 응용처 확대 등 잠재 요인까지 고려하면 성장률은 추가 확대될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레거시 제품을 생산했던 중국 우시 공장의 전환 계획도 언급했다. SK하이닉스는 D램 생산라인을 4세대(1a) 나노미터(nm)로 전환해 DDR5, LPDDR5 등 제품 양산이 가능하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