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현대자동차가 브라질 파트너사 'CAOA(Carlos Alberto Oliveira Andrade)'와 약 26년간 이어온 생산 협력을 종료했다. 중국 완성차 브랜드들이 빠르게 빈자리를 메우며, 단순한 계약 해지를 넘어 브라질 자동차 시장의 세력 재편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26일 브라질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에스포르치(Autoesporte)' 등에 따르면 고이아스주 아나폴리스에 위치한 CAOA 공장에서의 현대차 모델 생산은 지난 4월을 끝으로 중단됐다. 현대차는 상파울루주 피라시카바 공장을 중심으로 독자적인 생산·판매 전략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나폴리스 공장에서는 현대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뉴 투싼'과 경량 트럭 'HR(국내명 포터)'이 위탁 생산돼 왔다. 누적 생산량은 50만 대를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1999년부터 파트너십을 이어온 현대차와 CAOA는 작년 3월 기존 계약을 개편하며 수입·유통·마케팅 권한을 현대차 브라질판매법인(HMB)이 전면적으로 가져오고, CAOA는 생산에만 집중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재정립했다. 갈등 해소와 시너지 강화를 내세웠지만 1년여 만에 생산 협력이 종료되면서 사실상 결별로 귀결됐다. <본보 2024년 3월 5일 참고 현대차, '갈등 완전 봉합' 브라질 CAOA와 차량 생산 신규 계약 체결>
양사 간 관계는 과거에도 순탄치 않았다. 2018년 현대차가 장기 계약을 일방적으로 종료하겠다고 통보하면서 법정 분쟁으로 이어졌고, 2021년 국제중재재판소가 CAOA의 수입·판매권을 2031년까지 보장하는 판결을 내리며 간신히 유지됐다. 그러나 협력은 점차 느슨해졌고, 이번 생산 종료로 실질적 파트너십은 끝을 맺게 됐다.
현대차와 CAOA의 결별은 단순 생산 계약 종료를 넘어 브라질 자동차 산업 구조 변화의 신호탄으로 읽힌다. 중국계 브랜드들은 공격적인 현지화 전략을 앞세워 현대차가 떠난 자리를 적극적으로 대체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현지 완성차 시장 경쟁 구도가 재편될 전망이다.
현재 CAOA는 아나폴리스 공장에서 중국 체리(Chery)와 합작한 CAOA 체리 차량만 생산 중이다. 동시에 △둥펑(Dongfeng) △창안(Changan) △북경자동차(BAIC) 등 다수의 중국 브랜드와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CAOA는 기존 현대차 생산 라인을 활용해 새로운 파트너사의 차량을 조립할 계획이며, 일부 브랜드는 이미 생산 조건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