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중국 베이징자동차(BAIC)가 현대모비스 출신의 부품·재무 전문가를 신임 총재로 임명했다. 합작 파트너사의 핵심 수장이 현대차그룹에 정통한 인물로 바뀌면서 양사 간의 관계가 새로운 협력 국면을 맞이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9일(현지시간) BAIC에 따르면 회사는 최근 공시를 통해 송웨이 전 총재가 사임하고 첸겅(陈更)이 신임 총재로 공식 취임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인사는 내부 의사결정 체계 민첩화와 자사 브랜드 경쟁력 강화, 신에너지차 사업 집중 전략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1976년생인 첸 총재는 경영학 석사와 중급 회계사 자격을 보유한 재무 및 부품 산업 전문가다. 과거 현대모비스에서 기획부장으로 재직했으며, BAIC 내 핵심 부품 자회사인 베이징해납천과 보해정공기계에서 고위직을 역임하며 공급망 관리와 기업 운영 능력을 입증했다.
BAIC의 부품 전문가 인선은 기존 ‘완성차 통합’에서 ‘산업 체인 협업’ 사고방식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신에너지차 시대에 배터리 등 핵심 부품 원가 비중이 높아지는 만큼 첸 총재의 부품 산업 배경은 기업의 원가 경쟁력과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회사의 산업 체인 협업 전략 전환 기조와 현대모비스에서의 실무 경험은 그가 현대차그룹의 조직 문화와 전략적 사고를 이해하는 중요한 자산으로 평가받는다. 업계에서는 첸 총재의 취임이 양사 간의 '신(新)밀월' 시대를 여는 가교 역할을 수행, 부품·기술 협력 측면에서 파트너십을 더욱 공고하게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최근 베이징현대 수장으로 임명된 최초 현지인 최고경영자(CEO) 리펑강 총경리와의 협력 모델에 관심이 쏠린다. 현대차 시스템에 정통한 첸 총재와 현지 영업통인 리 총경리가 합작사의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신에너지차 전환 과정에서 전략적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번 인사는 단순한 경영진 교체를 넘어 실적 부진에 빠진 BAIC의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내과 수술’ 성격이 짙다. BAIC의 올해 1~3분기 지배주주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8.35% 폭락했다. 치열해지는 가격 전쟁 속에서 수익성 방어와 자사 브랜드의 경쟁력 확보는 회사의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BAIC은 첸 총재의 부품 산업 전문성과 재무 감각을 앞세워 완성차와 부품 공급망 간의 통합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또 그룹의 자사 신에너지 브랜드 '아크폭스(Arcfox)'의 성장에 역량을 집중해 독자 생존 능력을 키우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한편 이번 인사에서는 총재 교체뿐만 아니라 후한쥔, 첸홍량 등 기존 이사 4명이 동시에 물러났으며, 자본 운영 전문가인 구신과 재무 전문가 주옌이 이사회에 새로 합류했다. 이는 창사 이래 드문 규모의 경영진 물갈이로, 재무 건전성 및 자본 운영 전문가를 핵심에 배치함으로써 BAIC가 운영 효율성 강화와 자산 구조조정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