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길소연 기자] 무학 '좋은데이'가 베트남에서 대량 폐기 처분됐다. 국내법을 기반으로 하이트진로 소주병을 이용 '좋은데이'를 제조·판매하자 베트남 소비자 당국이 상표법 위반을 근거로 '짝퉁'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현지법과 관련 규정을 적용해야 하는데 이를 간과한 '아마추어' 수준의 실수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무학의 '좋은데이'는 '참이슬 짝퉁'으로 각인되면서 당분간 시장 확대가 여의치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베트남 당국, 무학 '좋은데이' 폐기·과징금 부과
23일 업계에 따르면 베트남 호아빈성 당국은 무학 베트남 생산법인 '벳 팸 빅토리(Viet Phap Victory Joint Stock Company·이하 빅토리)가 하이트진로(HITEJINRO) 상표권을 침해한 3만3240병에 달하는 '좋은데이'를 폐기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적발된 제품은 병 하단에 'HITEJINRO' 브랜드가 새겨진 360ml의 소주병에 담긴 '좋은데이' 였다.
호아빈성 시장관리부는 지난해 12월 빅토리에 대한 조사를 실시, 창고에 보관된 하이트진로 병에 담긴 좋은데이 3만3240병을 발견한 뒤 폐기 처분을 명령했다. 그러면서 2억2800만 동(약 1194만원)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지난 2005년 제정된 현지 지적재산권법(2009년 개정) 제129조를 근거한 상표권 침해 행위로 간주했다.
◇'국내 공병 재사용 자율협약' 현지서 적용…"아마추어"
이번 '짝퉁 소주' 폐기 조치는 무학의 업무 미흡에서 비롯됐다. 국내 공병 회수 시스템을 해외에서도 그대로 적용한데 따른 것이다.
국내 소주 업계는 지난 2009년 소주 공용병 재사용 활성화와 편의성 제고를 목적으로 자발적으로 '소주 공용병 재사용 자율협약'을 맺고 같은 모양의 소주 병을 소주 브랜드 구분 없이 사용하고 있다. 가장 유통량이 많은 '참이슬' 소주병을 처음처럼과 좋은데이 등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이 같은 협약은 국내에서만 적용될 뿐 해외사업의 경우 현지 법에 적용한다. 문제는 무학 현지 생산법인인 빅토리가 좋은데이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현지에서 수거한 하이트진로의 공병을 사용하면서 비롯됐다. 아마추어 수준의 실수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무학은 "베트남 당국을 상대로 구제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혀, 최종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무학, 베트남 시장 확대 차질 빚나
무학은 지난 2017년 베트남에서 보드카 등을 생산·판매하는 주류회사 '빅토리'를 인수하며 베트남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당시 무학은 88년 이상의 주류제조 노하우와 베트남의 풍부한 원료를 바탕으로 국내를 넘어 글로벌 주류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가졌다. 그러나 이번 짝퉁 소주 논란으로 베트남 시장 확대 전략은 다소 차질이 예상된다.
무학은 부산, 경남, 울산을 대표하는 소주업체로 '딱! 좋은데이'와 '화이트소주' 등을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다. 특히 무학은 동남아 과일 소주 열풍에 힘입어 수출은 지난 2019년 78억원, 2020년 182억원에 이어 지난해 3분기 누적 106억원 등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