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테슬라가 리튬 정제시설 건설에 나선 가운데 정제만큼 채굴도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리튬을 현지에서 조달하지 못하면 수입에 의존해야 해서다.
조나단 에반스 캐나다 리튬아메리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0일(현지시간) 현지 경제주간지 배런에서 "(일론) 머스크는 문제를 잘못 풀고 있다"며 "우리는 더 많은 채굴 능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머스크 테슬라 CEO는 그동안 리튬 정제의 중요성을 거듭 설파해왔다. 그는 작년 7월 2022년 2분기 실적발표회에서도 "기업들에 리튬 정제 사업에 뛰어들길 촉구하고 싶다"며 "채광은 비교적 쉽지만 정제는 훨씬 어렵다"고 밝혔었다.
테슬라는 미국 텍사스주에서 리튬 정제소 건설에 돌입했다. 연말 시범 운영을 시작하고 12개월 이내에 배터리에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리튬을 생산할 계획이다.
테슬라의 행보는 높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공급망을 갖춰야 한다는 위기 의식에서 비롯된다. 중국은 세계 리튬 정제 시장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리튬 정제에 중점을 두는 머스크의 선택도 나쁘진 않지만 채굴의 중요성이 결코 적지 않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미국 광산 업체 피드몬트리튬 측은 "정제 능력을 개발했으나 북미 주요 광산에서 리튬을 확보할 수 없다면 우리는 계속 외국에 의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에반스 CEO는 "아랍의 석유 금수 조치를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73년 이스라엘-아랍 사이의 4차 중동전쟁 당시 아랍 산유국은 이스라엘을 지원한 미국을 대상으로 석유 수출을 차단했다. 이로 인해 미국은 석유 수급에 난항을 겪었다. 글로벌 석유 회사 브리티시 페트롤리움(BP)에 따르면 당시 미국의 석유 수요는 약 8억 미터톤(MT)이었다. 정제 능력은 약 7억 MT였으나 채굴량은 5억 MT에 그쳤다. 미국의 정제 시설을 채우려면 아랍산 원유 수입이 필수적이었다.
석유의 사례에 비춰볼 때 리튬의 출처도 리튬 정제 시장에서 중국의 지배력만큼 미국에 위협적일 수 있다. 리튬 채굴은 주로 남미와 호주에 집중됐다. 캐나다는 지난해 약 500MT를 생산했으며 미국은 리튬을 거의 채굴하지 않았다.
업계는 리튬 자원이 많은 나라에 투자하거나 미국에서 채굴을 모색하며 리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리튬아메리카는 중국 간펑리튬과 아르헨티나 리튬 광산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네바다주에서 태커 패스를 개발해 2026년부터 연간 4만 MT의 리튬을 생산한다. 향후 두 배로 생산능력을 늘려 약 250만 대의 전기차에 필요한 리튬 수요를 충당한다.
피드몬트리튬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서 리튬 광산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광산 개발로 얻은 리튬을 활용, 2026년 말부터 연간 약 3만 MT의 수산화리튬을 양산한다. 미국 앨버말은 현지에서 유일한 활성광산인 네바다주 '실버 피크'를 보유하고 있다. 생산량을 두 배 늘려 연간 1만 MT의 생산량을 확보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