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을 앞세워 스마트폰에 이어 TV에도 '초격차 DNA'를 심는다. 압도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객에 유의미한 혁신을 선사, 19년 연속 글로벌 TV 시장 1위를 수성한다는 목표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은 13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열린 2024년형 네오(Neo) QLED·삼성 OLED TV 신제품 론칭 기념 행사 '언박스 & 디스커버'에서 "삼성전자의 기술력을 집대성한 2024년형 삼성 TV를 통해 AI TV 시대를 열어가겠다"며 "혁신적인 TV를 국내 시장에 최우선적으로 도입해 가치 있는 변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AI TV의 핵심은 삼성 기술로 완성한 ‘3세대 AI 8K 프로세서’다. AI 프로세서를 통해 화질은 물론 음질까지 업스케일링(개선)을 구현한다. 저해상도 영상 화질을 8K급까지 끌어올리는가 하면 화면 내 피사체와 공간 환경 등에 따라 사운드를 조절, 소비자들에 더욱 현장감 있고 몰입감 있는 시청 경험을 제공한다. 

3세대 AI 8K 프로세서는 전작인 2세대 대비 8배 많은 512개 뉴럴 네트워크과 2배 빠른 NPU(신경망처리장치)를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클라우드를 거치지 않아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한 온디바이스 AI를 완성한 주역인 셈이다. 

삼성전자는 새로운 프로세서를 전문 셰프에 비유했다. 백광선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프로는 "세분화된 512명의 셰프들이 식재료와 조리법, 입맛에 따라 어떤 요리든 휼륭하게 완성해내는 것처럼 뉴럴 네트워크 또한 입력 소스의 형태, 퀄리티에 따라 최적의 네트워크를 적용해 최대치의 화질을 만들어 준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끝판왕' 화질을 구현하기 위해 전사적 역량을 쏟아붓는 것은 '초대형'을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TV 시장 트렌드 때문이다. 패널 크기가 커질수록 픽셀도 같이 커져 노이즈 많이 보이고 윤곽 흐릿해지는데, 이를 개선하기 위해 AI 기술을 도입한 것이다. 

최근 한국과 북미, 유럽 등 글로벌 TV 시장은 '초대형'과 '프리미엄'이라는 2개 단어로 요약 가능하다. 작년 한 해 전체 TV 출하량 감소 속에서도 유일하게 프리미엄 시장은 성장했다. 실제 삼성전자 TV 판매 추이에서도 이같은 트렌드는 잘 드러난다. 작년 삼성전자 전체 TV 판매량 중 85형 이상 제품 비중은 36%에 달했다. 처음으로 75형을 제치고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했다. 하반기 들어서 85형 이상 제품 판매량은 5배 급증했다. 올해 초대형 트렌드는 더욱 가속화돼 85형 이상 비중은 48%에 이른다. 

TV 영상과 사운드 측면 외에도 AI를 확대 접목해 다양한 기능을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AI 비서인 '빅스비'와 연계 가능성도 시사했다. 

용 사장은 "당사 전사적인 목표는 '모두를 위한 AI(AI for All)'"라며 "향후 빅스비와 초거대언어모델(LLM) 등을 적용해 자연어와 가까운 컨트롤을 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OLED 신제품을 출시하며 'QLED'와 'OLED' 투트랙 전략을 공고히한다. 2024년형 삼성 OLED TV는 UL 인증을 받은 'OLED 글레어 프리' 기술을 적용해 빛 반사를 줄여준다. ‘2세대 AI 4K 프로세서’를 탑재해 저해상도 영상을 4K급으로 업스케일링해준다. 

패널 공급망 다변화 전략도 재확인했다. 삼성전자는 작년부터 LG디스플레이의 W-OLED 패널을 공급받아 OLED TV 일부 모델에 탑재하고 있다. 계약 기간은 오는 2025년까지다. 올해 LG디스플레이 패널 공급량을 늘리고 OLED TV 라인업을 다변화할 전망이다. 

용 사장은 "OLED의 경우 여러 부품처 같이 쓰고 있는 것이 맞다"며 "그 배경에는 배경에는 올레드 디스플레이가 갖는 기술보다도 당사가 가진 플랫폼 기술 강점으로 화질과 음질 완성하겠다는 관점이 있으며, 앞으로도 납품처에 상관없이 다양한 패널을 쓸 계획"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자사 콘텐츠 플랫폼 '삼성 TV 플러스'를 앞세워 TV 콘텐츠 역량 확보에도 적극 나선다. 삼성 TV 플러스는 인터넷 기반의 영화·드라마·예능·뉴스·스포츠 등 다양한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는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FAST)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5년 첫 선을 보인 이래 꾸준히 서비스 지역과 플랫폼을 확대하고 콘텐츠 다양화를 추진해 왔다. 

론칭 10년차를 맞은 삼성 TV 플러스는 현재 24개국에서 2500여 개 이상 채널과 4만개 이상 VOD를 제공하고 있다. 작년 연간 글로벌 누적 시청 시간은 약 50억 시간에 이른다. 국내 최초로 ‘코난오브라이언쇼’를 론칭하는 등 콘텐츠를 확대하고 맞춤형 마케팅을 실시하는 등 올해를 성장 원년으로 삼는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