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미국 사족보행 로봇 양대 산맥인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고스트 로보틱스' 간 법적 분쟁이 양측 합의로 일단락됐다. 공교롭게도 두 회사의 모회사가 현대차와 LIG넥스원이다보니 양측 간 물밑 협상이 더욱 활발히 진행, 소송 종결까지 이어지는 배경이 됐을 것이라는 가능성이 높다.
3일 미국 델라웨어주 연방법원에 따르면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법원에 고스트 로보틱스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 침해 소송의 모든 청구를 기각하고 종결하기로 합의했다고 통지했다. 법원이 2일 합의안을 받아들이며 양측은 햇수로 약 3년 만에 소송을 마무리했다.
양측은 '같은 사안으로 다시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with prejudice)'는 조건을 달았다. 이밖에 구체적인 합의 조건은 알려지지 않았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지난 2022년 고스트 로보틱스가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며 델라웨어주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자사 사족보행 로봇 '스폿'에 쓰인 7개 특허 기술이 고스트 로보틱스의 '비전 60'과 '스피릿 40'에 직·간접적으로 무단 도용됐다고 주장했다. <본보 2022년 11월 16일 참고 [단독] 현대차 보스턴 다이내믹스, '고스트 로보틱스' 특허 침해 고소>
작년 2월에도 고스트 로보틱스를 상대로 추가 소송을 제기하며 압박 수위를 높여갔다. 고스트 로보틱스가 앞서 제기한 소송에서 언급된 7개의 특허 외 또 다른 보스턴 다이내믹스 기술 4개에 대한 특허권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특허들 역시 '비전 60'과 '스피릿 40'에 활용됐다는 게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설명이다.
고스트 로보틱스는 공식 성명을 통해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소송이 '방해적이고 근거 없는' 것이라며 반격에 나섰다. 회사는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공평한 환경에서 경쟁하기 보다는 방해적이고 근거 없는 소송을 제기해 신인(고스트 로보틱스)의 발전을 막으려고 하고 있다"며 "기술 혁신이 아닌 소송을 제기하는 데 상당히 큰 리소스를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고스트 로보틱스의 갈등이 좀처럼 봉합되지 않으며 소송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양사 간 입장이 갑작스레 180도 바뀌며 합의에 이르렀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소송을 종결한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모회사인 현대차그룹과 고스트 로보틱스의 모회사인 LIG넥스원이 중재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LIG넥스원은 작년 7월 고스트로보틱스 지분 60%를 2억4000만 달러에 인수하며 최대 주주 자리에 올랐다. 매입가의 40%에 해당하는 1260억원을 한국투자PE로부터 조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