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전자·IT업계가 쏘아올린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 논란이 산업군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현재 가장 주목받는 분야인 배터리를 중심으로 하는 삼성SDI, LG화학(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등 첨단 소재 '빅3'도 예외일 수 없다. 희비가 갈린 실적 속 대표이사와 직원들의 평균 연봉 추이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더구루=정예린 기자] 전영현 삼성SDI 사장이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첨단 소재 3사의 새로운 '연봉킹' 자리에 올랐다. 일시적인 인센티브를 포함한 상여금만 20억원에 육박했다. 동시에 직원들과의 임금 격차도 '역대급'이다.
◇'1위' 전영현 사장, 상여만 20억…김종현 사장 연봉은 공개 안돼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전영현 사장은 지난해 30억6900만원의 보수를 수령했다. 지난 2019년(16억7600만원) 대비 83% 늘어난 액수다. 급여는 10억8500만원이었으나 상여가 전년 대비 4배 가까이 뛴 19억5400만원에 달했다. 상여에는 △설, 추석 상여 △목표인센티브 △성과인센티브 △장기성과인센티브가 포함됐다. 이중 일시적인 장기성과인센티브의 액수가 커 전체 상여도 높게 책정됐다. 기타 근로소득도 3000만원 받았다.
지난해 창사 이래 최초로 연 매출 11조원을 돌파하는 등 호실적을 기록한 공을 인정 받은 것이다. 삼성SDI는 "대표이사로서 전사 경영을 총괄하며 경영성과 창출에 기여한 점과 개발, 제조, 기술 등 각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해 회사의 중장기 성장기반을 마련한 점을 감안해 상여금을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2017년부터 활황에 올라 탄 화학사업에 힘입어 3사 대표이사 중 가장 높은 연봉을 받아 왔던 김준 사장은 간발의 차이로 1위 자리를 내주게 됐다. 김준 사장은 29억77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1위인 전영현 사장과는 1억원도 채 차이나지 않는 액수다. 급여 14억원에 상여 15억7200만원, 기타 근로소득 500만원이 포함됐다. 전년(31억5200만원) 대비 감소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지난해 연봉 19억6400만원을 수령했다. 급여는 17억600만원으로 3사 대표이사 중 가장 높았다. 상여는 2억5800만원에 그쳤다. 지난 2019년(15억3700만원) 대비 28% 증가했다.
작년 12월 분사한 LG화학 배터리사업부문인 LG에너지솔루션을 이끄는 김종현 사장의 연봉은 지난해 사업보고서에서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김 사장은 LG화학에 소속해 있을 시절 2019년 연봉으로 17억6800만원을 받았다. 대표이사인 신 부회장보다도 높은 액수로, 당시 상여가 없었던 신 부회장과 달리 6억4300만원의 성과금을 수령했다.
◇지난해 대표이사-직원 연봉 20~36배 차이
수십억원의 연봉을 받은 3사 CEO들과 달리 직원들의 연봉은 한없이 낮았다. 대표이사와 직원들 간 연봉 액수 차이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3사 직원들의 평균 연봉 1위는 1억300만원의 SK이노베이션이었다. LG화학이 9300만원으로 2위를, 삼성SDI가 8300만원으로 3위를 차지했다. 삼성SDI는 지난 2019년 저조한 실적으로 연봉이 2018년 대비 소폭 감소한 뒤 2020년 6.4% 인상했지만 여전히 3사 중 가장 낮았다. 다만 산업계 연봉 '톱'인 석유화학을 기반으로 한 SK이노베이션, LG화학과 달리 삼성SDI는 전자사업에서 출발한 회사다.
전영현 사장은 3사 CEO 중 가장 높은 연봉 83%의 인상률을 자랑했다. 신학철 부회장은 28% 인상됐다. 반면 김준 사장은 소폭 감소했다. 이들의 연봉은 직원들과 적게는 20배부터 많게는 36배까지 차이가 났다. 삼성SDI 대표이사의 연봉은 일반 직원 대비 3598%가 높았고,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 대표이사는 직원들 대비 각각 2790%, 2012% 높은 연봉을 수령했다. 액수 차이도 매년 커지고 있다. 지난 2019년에는 SK이노베이션이 26배 차이로 가장 컸고, 삼성SDI와 LG화학은 각각 20배, 16배 차이가 났다.
업계 관계자는 "각 사마다 대표이사의 기본 급여와 상여 비율 등이 다르지만 삼성SDI는 지난해 배터리 사업 호조로 대표이사의 성과급 액수가 컸다"며 "직원들의 경우 호실적으로 인한 연봉 인상의 기쁨도 잠깐, 대표이사와의 연봉 인상폭 차이를 보면 허탈함과 괴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