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윤진웅 기자] 중국 체리자동차가 러시아 자동차 생산 거점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라 가동을 중단한 채로 남겨진 현대자동차 러시아 공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어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28일 러시아 유력 통신사 폰탄카(Fontanka) 등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체리차는 러시아 생산 거점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현지 판매량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만큼 현지 생산 거점을 통해 공급 효율성을 늘릴 필요성이 대두됐다. 실제 유럽비즈니스협회(AEB·Association of European Business)에 따르면 체리차는 올해 상반기에만 러시아에서 4만6970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대비 4배 이상 상승한 수치이다.
체리차는 연말까지 현지 공장을 인수해 현지 파트너와 자동차 조립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현대차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입지 조건 등을 고려할 때 현지 생산 거점으로 활용하기에 가장 적합하다는 이유에서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은 연산 23만대 규모로 투싼과 펠리세이드 등을 생산해 러시아에 공급하는 현대차의 핵심 해외 생산 거점 중 하나다. 지난해 3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라 가동이 중단됐다. 체리차뿐 아니라 러시아 아빌론 홀딩(Avilon Holding, 이하 아빌론)과 현지 러시아 위탁 생산업체 아브토토르(Avtotor)도 인수 의사를 밝힌 상태이다. <본보 2023년 8월 22일 참고 현대차 러시아 생산법인 매각이냐 vs 보유냐...'갈림길'>
아울러 체리차는 폭스바겐 옛 생산 시설인 칼루가 공장에도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곳 공장은 올해 초 아빌론이 인수한 곳이다. 앞서 폭스바겐은 올해 초 아빌론 계열사 '아트-파이낸스'와 인수계약을 체결하고 현지 핵심 생산 시설인 칼루가 공장과 부품·서비스 사업부, 스카니아 금융 지원사 이전을 추진했고, 지난 5월 러시아 정부의 최종 승인을 받아 사업 철수를 매듭지은 바 있다.
이처럼 체리차가 현대차 공장과 폭스바겐 옛 공장을 놓고 저울질을 이어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체리차가 당장 러시아 생산 거점을 마련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체리차의 러시아 생산 거점 마련에 대한 관심은 당분간 이론적으로만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미 지속해서 매출을 늘려가고 있기 때문에 아직 현지화에 애쓰거나 투자할 필요가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현실적으로 러시아 판매량이 5만 대 이상을 넘어야 현지 생산 거점 마련 시기로 적절하다는 설명이다.
한편 체리차는 중국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 중 하나이다. 지난 1997년 포트와의 협력을 토대로 설립됐다. 2003년부터 독자적으로 자동차를 개발해 전 세계 29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티고4와 티고8, 티고 7프로, 티고 8프로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