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미 전기자동차(EV) 시장의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대한민국 기업들은 새로운 기회와 도전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북미는 자국 중심의 EV생태계를 빠르게 성장시키며 투자 유치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북미 EV 생태계에서 국내 기업들은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미국 주정부는 국내 기업의 북미 시장의 성공적인 진입과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갈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선보이고 있다. 더구루는 미국과 캐나다 주정부 주요 관계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토대로 한 북미 EV생태계 구축 과정을 살피고, 트럼프 2.0 시대를 맞아 한국 EV산업 입장에서 북미 사업의 나아갈 방향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요동치는 북미 전기차 시장, 韓 기업 전략적 선택은?
② '美 전기차 시장 관문’ 미시간, '전 수명 주기' 밀착 지원
③ '100년 미래' 꿈꾸는 美 테네시, 캐시보조금은 '덤', 진짜는?
④ 노엘 켄터키주 경제개발부 장관, 韓 배터리 '스피커' 자처
⑤ '광물 부자' 캐나다 퀘벡, 친환경으로 더하는 강력한 '시너지'
⑥오하이오, 배터리·EV 산업 청사진 속 "韓 기업은 귀중한 파트너"
[더구루=정예린 기자] "한국은 지난 5년 동안 미시간 외국인 직접 투자자 1위입니다. 한국에서 미시간으로 유입되는 투자의 80%가 전기차 분야에서 발생합니다."
레이첼 도널드슨 미국 미시간경제개발공사(MEDC) 글로벌 비즈니스 유치 부문 매니징디렉터는 지난 5일 부터 사흘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5'에서 본지와 만나 "LG에너지솔루션이 2012년 첫 공장을 설립한 이래로 한국 기업의 투자가 지속 확대되는 등 미시간과 한국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시간경제개발공사는 미시간주의 상무부 역할을 수행한다. 도널드슨 매니징디렉터는 미시간에 진출하려는 글로벌 기업들과의 전략적 파트너십 등을 개발·실행하는 한편 현지 비즈니스 환경을 알고자 하는 기업들과 만나 지원 방안을 제공하고 투자를 유치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 전력·기후·정책 지원으로 韓 기업 진출 돕는다
도널드슨 매니징디렉터는 한국 기업들이 미국 투자 검토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로 △전력 인프라 △노동력 △기후 등 3가지를 꼽았다. 공장을 가동하는데 필수적인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최근 급격한 기후변화로 허리케인 등의 피해 규모가 나날이 커지고 있어 기후적 이점이 있는 지역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설명이다.
그는 "미시간주는 고전력 발전을 지원하는 DTE, 컨슈머에너지(Consumers Energy)라는 2개의 주요 유틸리티 파트너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재생가능에너지까지 매우 폭넓은 옵션을 제공한다"며 "지진, 토네이도, 허리케인 등 자연재해가 적고 강력한 교육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고급 인력을 공급한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의 투자 초기 단계에서부터 성장, 발전, 그리고 운영에 이르기까지 전 수명 주기에 걸쳐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미시간주가 내세우는 최대 강점 중 하나다. 단순 투자 유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시장 상황과 기업의 요구사항 등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한다.
도널드슨 매니징디렉터는 "미시간주는 외국인 직접 투자의 오랜 역사를 통해 기업들에게 강력한 생태계를 제공한다"며 "신규 기업 유치뿐만 아니라 이미 미시간에 자리잡고 있는 기업들도 지원하므로 미시간에 투자하는 기업들은 진출 후에도 전체 생애 주기 동안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인센티브와 세금 감면 등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북미 시장 진출을 돕고, 지역 정부와 협력해 기업들이 성공적으로 성장하고 운영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며 "후속 서비스와 무역 관련 지원도 있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 1월 취임한 후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며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일축했다. 도널드슨 매니징디렉터는 "제 전화는 여전히 울리고 있고 질문도 계속 받고 있다"며 "저는 투자가 결국 공급과 수요의 원칙에 따라 이뤄진다고 생각하며, 기업가들은 여전히 북미 시장 진출의 필요성에 대해 고민하고 여러 선택지를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 미시간주, 韓 배터리 기업 핵심 거점으로 부상
미시간주는 한국 기업들이 전략적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북미 투자처로 자리잡았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등 대표 배터리 기업을 필두로 주요 공급망들도 이들과 함께 미시간주에 기반을 두며 생태계가 확장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5000명 이상을 현지 고용하며 미시간주 경제와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미시간 홀랜드 공장은 이 회사의 북미 핵심 생산 거점으로 2012년 6월 준공됐다. 연간 5GWh 규모 생산능력을 갖춘 1공장을 가동 중이다. 이후 약 17억 달러(약 2조3000억원)를 투자해 130만 평방피트 부지에 2공장을 짓기로 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인해 전기차 배터리용 공간 일부를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라인으로 전환한다. 올 상반기 가동 준비를 마치고 하반기 양산을 본격화한다. 가동시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내 첫 ESS 생산시설이 된다.
다만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의 미시간 투자 전략에 제동이 걸렸다.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사 '얼티엄셀즈' 3공장 가동이 무산되면서다. GM은 미시간주 랜싱에 위치한 3공장에 투자한 지분 전량을 LG에너지솔루션에 매각키로 했다. 현재 얼티엄셀즈 3공장 가동 계획은 지연된 상태다.
삼성SDI는 2015년 마그나인터내셔널의 배터리 팩 자회사 '마그나슈타이어배터리시스템즈'를 인수하며 미시간 공장 운영을 시작했다. 북미 내 배터리셀 제조 거점이 늘어나며 미시간 배터리팩 공장의 중요성이 커졌다. 현지 수요가 늘어나며 2018년, 2023년 등 증설 투자도 잇따라 단행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협력사인 LT정밀도 미시간주에 투자를 결정했다. LT정밀은 홀랜드에 배터리 부품 제조 공장 설립을 위해 4320만 달러를 투자한다. 전기차 배터리용 냉각판, 원통형 배터리캔 등을 생산한다. LT정밀은 LG에너지솔루션의 차세대 4680 원통형 배터리캔 공급사로 알려져 있다.

◇ '美 진출 관문' 미시간, 인터배터리서 투자 유치 박차
미시간주는 올해 '인터배터리'에 부스를 꾸리고 참가하며 한국 배터리 기업들과의 네트워킹 강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기존 진출한 기업들과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신규 투자를 모색하고 있는 회사들과 만나 미시간주를 적극 홍보했다. 접촉한 신규 기업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도널드슨 매니징디렉터는 "미시간은 혁신적 기업들이 많은 투자를 하고 있으며, 우리는 생태계 연결을 촉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 우리가 하려는 것은 새로운 투자를 북미에 유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100년 동안 자동차 산업에 종사해온 미시간은 북미 시장으로 진출하는 최고의 관문"이라며 "미시간은 전기차 시대에도 자동차 및 모빌리티 분야의 선두주자로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시간주는 작년 그레첸 휘트머 주지사를 중심으로 경제 사절단을 꾸려 인터배터리 기간에 방한한 바 있다. 당시 전시회를 찾아 주요 기업들의 부스를 둘러본 뒤 방한 기간 동안 SK온, SK실트론 등 SK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현대차, 현대모비스 등 국내 주요 기업들과 만나 배터리·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