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 생태계=미래 일자리] ② "넥스트스타 배터리 인재 우리가 양성한다"

캐나다 세인트 클레어 칼리지, 넥스트스타 인재 양성 프로그램 준비
'스텔란티스 파트너' 윈저 대학도 협업 기대
소수자 대상 전기차 연구 장학금 프로그램·전기차 정비사 교육도 추진

 

전기차 산업을 둘러싼 글로벌 생태계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 어느 곳보다 전기차 생태계 구축에 힘을 쏟는 곳은 북미 지역입니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보조금을 앞세워 자국 내 생태계를 구축하는 한편 다양한 혜택을 내세워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을 품 안으로 불러들이고 있습니다. 더구루는 미국과 캐나다 정부 고위 관계자와 전기차 산업을 주도하는 글로벌 기업, 고등 교육기관 등을 접촉해 △정부 정책 △현지 파트너사 간 이해관계 △배터리 등 공급망 주도권 △일자리 창출 등 지역 경제 기여도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고 한국 산업계가 나아갈 길에 대해 살펴봅니다. -편집자주- 

 

[온타리오(캐나다)=오소영 기자] 401번 고속도로는 캐나다 동부와 미국 중서부를 잇는 가장 빠른 도로다. 캐나다 수도 오타와 인근 콘월부터 토론토, 런던 등 주요 도시를 지나 미국 미시간과 국경을 맞댄 윈저까지 뻗어있다. 캐나다와 미국 무역 거래량의 약 40%가 이 고속도로를 지난다.

 

401번 고속도로를 따라 캐나다 자동차 산업도 발달했다. 토론토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약 3시간 반을 쉼 없이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윈저는 캐나다 자동차 산업의 기둥이다. 포드와 스텔란티스의 공장이 이곳에 둥지를 텄다.

 

최근에는 전기차 투자가 활발하다. 스텔란티스는 윈저 조립 공장에서 전기차 생산에 나섰다. 스텔란티스와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사 '넥스트스타 에너지(이하 넥스트스타)'의 배터리 공장도 윈저에 건설된다. 옆 동네인 세인트 토머스는 폭스바겐의 자회사 파워코의 기가팩토리 투자를 유치했다. 두 배터리 공장이 창출할 직접 일자리만 약 5500개에 달한다. 간접 고용까지 포함하면 수만 개다.

 

관건은 인력을 어디서 데려오느냐다. 배터리 업계의 고민을 덜어주고자 윈저 내 대학들이 팔을 걷어 붙였다.

 

 

◇ LG가 '세인트 클레어' 택한 이유

 

401번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우측으로 틀면 세인트 클레어 칼리지(St. Clair College)다. 캠퍼스 초입에 위치한 'FCEM(Ford Centre For Excellence in Manufacturing)'으로 들어가자 각종 장비들이 일렬로 늘어선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기계 작동 소리가 실내를 가득 메워 마치 하나의 공장을 연상케 했다.

 

천장 한 켠에는 '센트럴라인(Centreline)'이라 적힌 플랜카드가 걸려 있었다. 센트럴라인은 이 실험실에 용접 장비를 기부한 캐나다 회사였다. ABB도 이곳에 장비를 제공했다. 실험실 내 모든 기계는 실제 자동차 공장에서 활용하는 장비와 동일했다.

 

FCEM은 2003년 문을 연 후 모빌리티 연구의 산실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규모는 약 10만ft². △전기차와 파워 엔지니어링, 로보틱스 등 실험실 15개 △강의실 12개 △R&D 연구소 1개 △3D 프린팅 연구소 1개가 모여있다.

 

현재까지 투자비는 총 1억 캐나다달러(약 970억원)에 달한다. 미국 포드가 설립 초기 300만 캐나다달러(약 30억원)를 지원했다. 건물 이름에 '포드'를 넣은 이유다.

 

세인트 클레어는 인프라뿐만 아니라 교수진 구성에도 신경을 썼다. 기자가 만난 교수 3명 모두 자동차 업계에서 종사한 전문가들이었다. 이중 와심 하바시(Waseem Habash) 교수는 자동차 업계에서 25년간 일해 공장장까지 올랐었다. 리도 주카토(Lido Zuccato) 교수도 제너럴모터스(GM), 테슬라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거래하는 캐나다 금형 업체 '리코인터내셔널'에서 경력을 쌓았다.

 

우수한 실험 인프라와 교수진을 토대로 세인트 클레어 칼리지는 높은 취업률을 자랑한다. 하바시 교수는 "학생들의 취업률은 90% 이상이다"라고 자부했다.

 

 

◇ 배터리 인재 교육 내달부터…넥스트스타와 소통 활발

 

자동차 업계 인력을 기른 경험은 전기차로 이어지고 있다. 세인트 클레어는 넥스트스타와 인력 교육 프로그램 마련에 협력하고 있다. 9월 시작할 예정으로 총 8개 모듈, 11주 코스로 진행될 전망이다. 첫 8주 동안 온라인으로 이론 교육을 수행하고 테스트를 한 후 이를 통과한 학생을 대상으로 3주간 실습 교육을 한다. 학생뿐만 아니라 기존 자동차 업종에 종사한 사람도 교육을 이수할 수 있다. 하비시 교수는 "넥스트스타에서 커리큘럼을 검토하고 피드백을 주고 있다"며 "데니스 리(이성훈 넥스트스타 최고경영자(CEO))가 지난주 학교를 방문했었다"고 부연했다.

 

배터리 인재 양성은 세인트 클레어와 불과 7㎞ 떨어진 윈저 대학(University of Windsor)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빌 반 헤이스트(Bill Van Heyst) 윈저 대학 교수는 "데니스 리가 학교를 찾아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며 "아직 공식화된 게 없지만 스텔란티스와 오랜 협력 관계를 맺어온 만큼 LG와도 자연스럽게 기회가 생길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스텔란티스는 윈저 대학 내 '자동차 연구개발센터(Automotive Research and Development Centre)' 시설을 사용하고 있다. 자동차 관련 공동 연구도 수행했다. 스텔란티스의 자동차 조립 공장과 가까운 이점을 활용, 약 25년 동안 협업한 경험을 살려 넥스트스타에 취업할 인력을 충분히 배출할 수 있다고 윈저 대학은 보고 있다.

 

 

◇ 전기차 전환, '소수자'에도 기회

 

두 대학은 배터리와 함께 전기차 관련 인재를 키우고자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윈저 대학은 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엔지니어링 분야 장학금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은 누구나 차별없이 모빌리티 시장에서 취업 기회를 잡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을 담아 만들어졌다. 여성과 흑인, 성소수자, 원주민 등을 대상으로 한다.

 

참여 학생은 두 학기에 걸쳐 자동차 관련 다양한 교육을 받고 총 5000캐나다달러(약 480만원) 상당의 장학금을 얻는다. 이어 두 번째 해에 연구소에 배치돼 개별 연구를 수행한다. 1만 캐나다달러(약 970만원)를 추가로 받는다. 윈저 대학은 올해 프로그램을 시작해 학생 4명을 모집했다.

 

윈저 대학의 장학금 프로그램은 온타리오주의 자동차 분야 인재 양성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온타리오주의 자동차 산업 혁신을 주도하는 현지 정부 산하 기관인 OVIN은 인재 육성의 기본 이념 중 하나로 '형평성'과 '다양성', '포용성'을 꼽고 있다. 라에드 카이리 OVIN 총괄은 "소외된 커뮤니티가 모빌리티 산업에서 기회를 찾도록 도와줘야 한다"며 "(우리가)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윈저 대학은 궁극적으로 '윈저 출신' 배터리 연구자를 키우고 싶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헤이스터 교수는 "온타리오는 배터리 광물이 풍부하다"며 "(배터리 업계) 수요에 따라 광물의 함량과 구성은 달라질 수 있으며 우리는 해당 분야의 인재가 필요하다"고 거듭 밝혔다.

 

세인트 클레어 칼리지는 친환경차 정비사를 키우는 '전기 구동 차량 기술자 프로그램(Electric Drive Vehicle Technician Program)'을 준비 중이다. 이 프로그램을 수료하면 정비사 자격증을 취득해 실제 산업계에서 일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프로그램은 오는 9월 22일 론칭된다. 25~40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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