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 생태계=미래 일자리] ⑩ EV 폐배터리 재활용 '도시 광산'으로 新먹거리

성일하이텍·라이사이클 향한 러브콜 쏟아져
미국·유럽·아시아 공격적 확장…'스크랩 확보가 관건'
성일 "상용 경험 有" vs 라이사이클 "북미 첫 시설"

 

전기차 산업을 둘러싼 글로벌 생태계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 어느 곳보다 전기차 생태계 구축에 힘을 쏟는 곳은 북미 지역입니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보조금을 앞세워 자국 내 생태계를 구축하는 한편 다양한 혜택을 내세워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을 품 안으로 불러들이고 있습니다. 더구루는 미국과 캐나다 정부 고위 관계자와 전기차 산업을 주도하는 글로벌 기업, 고등 교육기관 등을 접촉해 △정부 정책 △현지 파트너사 간 이해관계 △배터리 등 공급망 주도권 △일자리 창출 등 지역 경제 기여도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고 한국 산업계가 나아갈 길에 대해 살펴봅니다. -편집자주- 

 

[조지아(미국)=정예린 기자] 폐배터리 재활용은 배터리 산업 공급망의 마지막 화룡점정이다. 배터리 분야가 친환경적이라는 인식이 생긴 데는 배터리가 재활용·재사용 가능하다는 것이 적잖은 역할을 했다. 버려진 배터리를 원료로 재탄생시켜 새로운 배터리에 사용하는 것을 통해 비로소 순환 체제를 완성하게 된다. 

 

글로벌 친환경 움직임이 거세질수록 재활용 산업의 존재감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재활용 기업을 향한 세계 각국 정부와 완성차, 배터리 제조사들의 러브콜이 이를 방증한다. 실제 상업 기술을 보유한 폐배터리 재활용 회사가 드문 만큼 서로 '모셔 가기'에 급급하다. 

 

임석재 성일하이텍 조지아법인 법인장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총투자액을 감안했을 때 주정부 인센티브가 (타 산업 대비) 상대적으로 후했다"고 언급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쏟아지는 수요에 한정된 공급으로 대응하다 보니 '프리미엄'이 붙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산업 성장세도 예사롭지 않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폐배터리 시장 규모는 2019년 1조6500억원 규모에서 오는 2030년 20조2000억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2050년에는 최대 600조원 규모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배터리 리사이클링 기술의 기초…'스크랩 확보가 관건'

 

폐배터리 재활용 공정은 전처리와 후처리 등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전처리 공정은 버려지거나 불량으로 사용할 수 없는 배터리, 혹은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인 스크랩을 수거한 뒤 분말 형태의 중간가공품인 블랙매스(블랙파우더)를 생산한다. 후처리 공정은 블랙매스를 활용해 최종적으로 고순도 배터리 원료를 얻는 과정이다. 

 

후처리 공정에는 대표적으로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습식 제련과 건식 제련이다. 습식 제련은 해체-열처리-파·분쇄-침출-용매추출을 거친다. 성일하이텍과 미국 '라이-사이클(Li-Cycle)', 중국 '거린메이(격림미·GEM)'등이 사용한다. 건식 제련은 분쇄 등 물리적인 전처리 공정 없이 고온 처리를 통해 원료를 추출한다. 벨기에 ‘유미코아’가 채택하고 있다. 

 

재활용 기업들은 이 공정을 거쳐 리튬, 코발트, 니켈, 망간, 구리 등 배터리 주요 소재를 회수한다. 각 기업별로 취급하는 원료 종류는 모두 다르다. 최근에는 음극재 핵심 원료인 흑연까지 범위를 확장하며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추세다.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이 성장하면서 새롭게 개척되고 있는 사업군도 나타났다. 블랙매스의 기초가 되는 스크랩 수거 분야다. 재활용 원료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블랙매스가 많아야 하고, 결국 스크랩 확보가 경쟁력과 직결된다. 

 

임 법인장은 "성일하이텍이 유럽과 미국에 진출할 때 고려한 것은 딱 하나, 리소스(스크랩) 확보 가능한 지역이어야 한다는 점이었다"며 "북미에는 미 전역에서 스크랩을 수거하는 전문 업체가 다수 존재해 이들과 협력을 활발하게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 성일하이텍·라이사이클에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

 

세계 배터리 재활용 회사 중 업계 주목을 한 몸에 받는 두 개의 기업이 있다. 한국 성일하이텍과 캐나다 라이사이클이다. 성일하이텍은 20년 넘게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전통 강자이고, 라이사이클은 북미의 엄청난 자본을 바탕으로 급속 성장했다. 

 

양사는 각기 다른 배경과 기술적 강점을 가졌지만 공통점도 있다. 공격적인 투자로 세계 각국에 거점 기지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미, 유럽, 아시아 등 전기차 산업 성장의 핵심이 될 대륙 곳곳에 깃발을 꽂고 미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성일하이텍은 오는 2030년까지 블랙매스를 만드는 리사이클링파크 30곳과 블랙매스를 고순도 배터리 소재로 재탄생시키는 하이드로센터 5곳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현재 △한국 △미국 △헝가리 △폴란드 △중국 △인도 △말레이시아에 사업장을 두고 있다. 보유중인 리사이클링파크와 하이드로센터는 각각 8곳과 2곳이다. 

 

신·증설을 추진중인 프로젝트을 포함하면 글로벌 거점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우선 미국 조지아주·인디애나주와 독일에 리사이클링파크를 새로 짓는다. 헝가리 제3리사이클링파크 증설도 모색한다. 하이드로센터는 현재 군산에 제3공장을 건설 중이다. 현지 수요 추이를 살펴 북미와 유럽에도 각각 '유로·US하이드로센터(가칭)'를 지을 계획이다. 

 

라이사이클은 △미국 애리조나·뉴욕·앨라배마·오하이오주 △캐나다 온타리오주 △노르웨이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베트남에 전처리 공정 시설인 ‘스포크’와 후처리 공정 시설인 '허브'를 두고 있거나 설립할 예정이다. 

 

양사는 이제 막 태동하기 시작한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의 동반자인 동시에 경쟁자다. 초기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리기 위해 각 사가 가진 차별성을 적극 피력하고 있다. 

 

성일하이텍은 오랜 축적된 상업화 경험과 규모의 경제를 무기로 내세웠다. 일찍부터 한국 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배터리사로부터 수주에 성공하는 등 글로벌 사업 능력도 압도적이라고 자신했다. 

 

임 법인장은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 결국은 배터리에서 니켈이나 코발트와 같은 금속을 뽑아내는 기술과 양산, 상업화 능력이 중요하다"며 "라이사이클과 레드우드머티리얼 등은 아직 시장에 황산화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리사이클링 회사 중 블랙매스를 습식 과정을 통해 황산코발트나 황산니켈로 만들 수 있는 곳은 중국 밖에서는 성일하이텍이 유일하다"며 "장기간에 걸친 공급 이력을 통해 능력을 검증받았고 유일하게 전 대륙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라이사이클은 높은 재활용률과 폭넓은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점으로 꼽았다. 라이사이클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라이사이클의 원료 회수율은 95%에 달하며 양극재 뿐만 아니라 리튬이온배터리 내 모든 구성 요소 재활용을 목표로 한다"며 "현재는 적자이지만 뉴욕주 로체스터에 있는 첫 상용 허브 시설이 올 하반기 시운전을 시작으로 본격 가동되면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일하이텍과 관련해서는 "성일하이텍의 전문성은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 및 관행의 발전에 기여해 왔으며, 이런 유명 기업의 존재는 한국 폐배터리 분야 경쟁 구도를 반영한다"며 "건전한 경쟁은 산업 혁신을 촉진하고 지속적인 개선을 장려해 궁극적으로 업계 전체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 파격적인 정부 혜택…서플라이 체인 확보만이 살 길 

 

정부 인센티브는 기업이 투자처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다. 각국 관련 부처는 배터리 산업의 마지막 퍼즐인 폐배터리 업체를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혜택을 마련하고 있다. 배터리는 여러 산업군 중에서도 공급망이 톱니바퀴처럼 서로 잘 맞물려야 하기 때문이다. 

 

성일하이텍은 조지아주의 든든한 지원에 힘입어 현지에 연간 1만t 스크랩을 처리할 수 있는 공장을 짓는다. 올 하반기 착공해 오는 2025년 상반기 본격 양산한다는 목표다. 2단계 증설을 통해 처리 능력을 연간 2만t으로 확장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임 법인장은 "성일하이텍이 3700만 달러를 투자하는 조건으로 조지아주 주정부가 제공하는 인센티브는 △현금 70만 달러 △세금 면제 △세금 감면 등 3가지"라며 "주정부가 내건 조건은 약속한 투자금 집행과 일자리 창출"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정부 뿐만 아니라 인플레이션감축법안(IRA)와 같은 연방 정부 차원의 정책도 점점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 당국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네트워킹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며 "적극 대응하기 위해 작년부터 미국 에너지부 등 관련 연방 정부 주요 부처가 정책 수립을 위해 진행하는 스터디 프로그램에도 이해관계자로서 참여 중"이라고 덧붙였다. 

 

라이사이클은 미국 에너지부의 '첨단기술차량제조(ATVM) 프로그램' 수혜를 받는 첫 폐배터리 재활용 회사다. 미 국채금리 수준인 연 3%대 중반 금리로 3억7500만 달러의 대출을 받는다. 조달한 자금은 로체스터 허브 가동 준비에 사용한다. 

 

라이사이클 관계자는 "라이사이클은 에너지부 대출과 기업공개(IPO), 전략적 파트너십 등을 통해 1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확보했다"며 "현재 재무 유연성이 향상된 견고한 대차대조표를 보유하고 있으며, 자금은 스포크와 허브 시설 확장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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