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 생태계=미래 일자리] ⑦ SK부터 포스코까지, 韓 기업들 끌어들인 매력은?

퀘벡 장관, 얼티엄캠 미팅 초기부터 참석
포스코퓨처엠, 캐나다산 광물 활용 모색
韓, 조지아주 1위 투자국…"타의 추종 불허"
인센티브는 빙산의 일각…폭넓은 지원 방안

 

전기차 산업을 둘러싼 글로벌 생태계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 어느 곳보다 전기차 생태계 구축에 힘을 쏟는 곳은 북미 지역입니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보조금을 앞세워 자국 내 생태계를 구축하는 한편 다양한 혜택을 내세워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을 품 안으로 불러들이고 있습니다. 더구루는 미국과 캐나다 정부 고위 관계자와 전기차 산업을 주도하는 글로벌 기업, 고등 교육기관 등을 접촉해 △정부 정책 △현지 파트너사 간 이해관계 △배터리 등 공급망 주도권 △일자리 창출 등 지역 경제 기여도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고 한국 산업계가 나아갈 길에 대해 살펴봅니다. -편집자주- 

 

[퀘벡(캐나다)=오소영 기자·조지아(미국)=정예린 기자]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한국 전기차와 배터리 기업들의 발걸음은 북미로 향했다. '큰 손'들이 모인 최대 시장이라는 점이 주요했지만 무엇보다 당국의 적극적인 '구애'가 크게 작용했다. 

 

미국과 캐나다 지방정부는 전체 산업 서플라이 체인과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주력했다. 투자를 저울질하는 회사의 니즈에 맞춰 구색을 갖추기 위해서다. 기업이 정부가 차려 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으면 되도록 '풀 서비스'를 제공하는 셈이다. 

 

우리 기업들은 캐나다 퀘벡과 미국 조지아주에 대거 둥지를 틀었다. 현대, SK, 포스코 등 대기업부터 성일하이텍, 엔켐 등 중소·중견 기업까지 앞다퉈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 "장관이 직접 설득"…포스코 잡은 퀘벡, 절실함 통했다

 

인구 1만 명이 조금 넘는 ‘소도시’ 퀘벡 베캉쿠아가 한국 배터리 소재 회사들의 투자처로 낙점됐다. 포스코퓨처엠이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SK온이 에코프로비엠, 포드와 손잡고 양극재 공장 건설에 나섰다.

 

포스코퓨처엠은 퀘벡에 선제적으로 투자한 회사다. 지난해 합작사 '얼티엄캠'을 출범하고 6억3300만 달러(약 8200억원)를 투자했다. 연산 3만t 규모로 공장을 지어 2024년 완공한다는 목표다. 지난달 2단계 투자도 결정했다. 양극재 공장을 증설하고 전구체 생산시설을 신설한다. 2026년 완공을 목표로 3만3000t 규모의 양극재 공장을 추가하고, 연 4만5000t 규모의 전구체 공장도 짓기로 했다.

 

김성환 포스코퓨처엠 리더는 지난 6월 2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퀘벡을 택한 핵심 이유로 현지 정부의 적극성을 꼽았다. 그는 "퀘벡은 두 번째 또는 세 번째 미팅부터 장관이 참석했다"며 "경제 발전을 위해 (공장) 유치가 중요하다는 걸 다른 정부보다 절실히 깨닫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퀘벡은 퀘벡 투자청과 퀘벡 경제개발혁신수출부(MDEIE)의 주도로 실무 그룹을 꾸렸다. 수개월 동안 투자 유치에 힘쓴 결과 한국 배터리 소재 기업들을 대거 끌어들일 수 있었다.

 

현지 정부의 지원 의지를 김 리더는 '보이지 않는 베네핏'이라 평가했다. 그는 "퀘벡 투자청과 인베스트 캐나다가 저희의 요청과 고충을 (퀘벡·연방) 정부에 전해주는 소통 창구의 역할을 하고 있다”며 “현지 정부와 협력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 배터리 투자로 1만개 직접 고용 창출 

 

배터리 광물은 퀘벡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요인이다. 퀘벡은 캐나다 최대 규모의 리튬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캐나다 리튬 프로젝트의 절반이 퀘벡에서 진행되고 있다. 니켈과 구리 생산량은 각각 캐나다 내 2·3위다. 피에르 피츠기본(Pierre Fitzgibbon) 캐나다 퀘벡주 경제혁신에너지부 장관은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모든 광물, 즉 리튬과 니켈, 코발트, 흑연, 망간, 알루미늄 제련소가 있는 세계에서 드문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포스코퓨처엠은 이를 활용하고자 현지 광물 회사와 협력할 여지를 열어뒀다. 김 리더는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 구체화된 바는 없으나 (광물 조달을) 논의하기에 굉장히 좋은 조건"이라고 말했다. 

 

수력 발전으로 얻은 친환경 전력 비용도 저렴하다. 포스코퓨처엠이 퀘벡 진출을 검토할 당시 전기료는 kwh당 약 3센트로 다른 지역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퀘벡은 이러한 강점을 토대로 포스코퓨처엠뿐만 아니라 SK온·에코프로비엠·포드, 솔루스첨단소재 투자를 유치했다. 전자는 베캉쿠아에 양극재, 후자는 그헝비에 연산 6만t 규모의 전지박 생산시설을 건설한다. 

 

피츠기본 장관은 "전기차·배터리 산업 육성으로 2030년까지 2만5000개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며 "배터리 산업에서만 8000~1만 개 직접 일자리 창출이 전망된다"고 강조했다.

 

◇ 조지아주와의 38년 동행…미국 내 韓 EV 배터리 허브

 

한국은 미국에서 신(新) 전기차 배터리 허브로 급부상하고 있는 조지아주 1위 투자국이다. 조지아주 경제개발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외국 기업 투자 프로젝트 중 50%가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작년 조지아주에서 우리 기업이 단행한 투자 규모는 62억5000만 달러에 이른다. 

 

조지아주가 전기차 산업 허브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데는 SK온의 역할이 컸다. SK온을 시작으로 전기차 산업 서플라이 체인에 속한 우리 기업들이 조지아주에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현대차그룹 △LG에너지솔루션 △성일하이텍 △엔켐 △덕양 △NVH코리아 등 완성차부터 배터리 소재, 재활용 기업도 잇따라 투자를 확정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현대자동차가 전기차 전용 공장 '메타플랜트'를 짓고 있고, 앞서 진출한 기아차는 현지 공장에 전기차 생산 라인을 도입키로 했다. 

 

 

조지아주 기업 투자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크리스티 브리그먼 조지아주 경제개발국 글로벌 커머스 부문 차관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몇 년 동안 우리가 본 한국의 투자 규모는 확실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눈에 띈다"며 "우리가 보아온 한국의 성장과 기회는 인플레이션감축법안(IRA) 보다도 앞서 있다"고 강조했다. 

 

김윤희 조지아주 경제개발국 차관보는 "한국의 배터리 재활용 업체까지 조지아에 위치해 한국 기업이 조지아의 E-모빌리티 산업에서 많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우리는 1985년 조지아주 한국 사무소를 개설한 이후 한국에서 구축한 성공적인 관계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국 기업의 위상은 경제개발국 조직 운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글로벌 커머스 부문 산하에 한국투자팀을 따로 마련했다. 단일 국가의 투자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한 전담 팀과 직원이 있는 국가는 한국 뿐이다. 김윤희 차관보가 팀을 이끌고 있다. 

 

조지아주는 투자 유치 성공 요인으로 비즈니스하기 좋은 환경과 강력한 인센티브 프로그램, 기술 인력 확보 용이성 등을 꼽았다. 

 

브리그먼 차관은 "우리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세금 감면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며 "또 공장 부지나 사무실 오픈을 위한 부동산 정보, 직업 평균 급여 유형 등 기업이 실질적으로 필요한 자원을 제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해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력 준비와 채용 전략 개발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예를 들어 SK온은 조지아 공과대학교 시스템 등 파트너십을 통해 채용 목표를 2년 앞서 달성했다"고 언급했다.

 

 

주정부의 지원으로 부족한 부분은 코트라(KOTRA)가 메꿔준다. 달라스 무역관은 텍사스주와 MOU를 체결, 한국 기업과 주정부 간 소통 창구를 마련하고 행정 절차를 간소화했다. 김종현 달라스 무역관 관장은 "현지 법인 설립이나 인력 채용 등 투자 진출과 관련된 대부분에 대한 정보 요청을 많이 하고 코트라는 이를 직접 제공하거나 전문적인 부분은 현지 법률사무소, 세무서 등을 소개해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광호 코트라 토론토무역관 관장은 "3월 광물 전시회 'PDAC'이 열렸는데 포스코퓨처엠, 삼성SDI, SK 등 중요한 기업들이 다 왔다"며 "그들이 오면 (주정부와의) 연결 통로를 만들어 주는 게 저희의 역할이다"라고 설명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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