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업체 "LG·SK 합의 촉구"… 배터리 소송전 '변수'

-LG·SK 상반기 배터리 출하량 15% 이상 차지
-패소 시 미국 내 배터리 수입·판매 금지

 

[더구루=오소영 기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LG화학-SK이노베이션' 소송전으로 인한 전기차 배터리 공급 차질을 우려했다. 양사의 합의를 요청하면서 이들의 호소가 향후 소송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화를 줄곧 말해온 SK이노베이션의 전략에 힘이 실린다는 분석이 나오는 한편 양사 간 입장차가 분명해 조기 타결은 쉽지 않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완성차 업체 "배터리 수급 우려"

 

28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전에 우려를 내비쳤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는 지난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등 해외 언론을 통해 "양사의 공방을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미 미국 ITC의 자료 제출 요청에 따라 소송전으로 인한 불편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니퍼 플레이크 포드 대변인은 "우리는 이 문제를 잘 알고 있고 회사의 이익을 지키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양사가 법적 다툼없이 합의를 하도록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완성차 업체들이 합의를 촉구한 배경은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 수급에 대한 우려가 깔려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시장에서 주요 배터리 공급사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상반기 배터리 시장점유율은 LG화학이 12.8%로 4위에 올랐다. SK이노베이션은 2.4%로 8위다. 양사의 합계 점유율은 15%를 넘는다.

 

양사가 배터리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이번 소송으로 인한 완성차 업체들의 고민도 크다. 소송이 길어질수록 배터리 투자에 차질이 생길 수 있고 이로 인해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할 수 있다는 걱정이다. 

 

한쪽이 패할 경우에도 완성차 업체들이 막대한 손해를 볼 수 있다. 패소 업체는 미국 내 배터리 판매와 수입이 금지돼서다. LG화학이 패하면 GM에 전기차 배터리 납품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기아차 니로 등에 탑재된 배터리팩 공급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 같은 우려를 보여주듯 GM은 전기차 생산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패트릭 모리세이 GM 대변인은 "(이번 이슈가) 쉐보레 볼트 생산에 아무 영향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화하자" SK 논리 먹히나?      

 

완성차 회사들이 소송에 따른 피로감을 호소하면서 이들의 입장이 향후 소송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일단 SK이노베이션의 전략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SK이노베이션은 "대화로 해결하자"는 입장을 줄곧 고수해왔다. 배터리 산업이 커지는 가운데 소송이 지속되면 중국과 일본 경쟁 업체들만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SK이노베이션 측은 "묻지마식 소송’에 대응하느라 사업 수주 및 시장 대응 등 기회손실이 막심하고 인적·경제적으로 고통이 매우 크며 막대한 소송비도 걱정된다"고 밝혔었다. 근거는 다르지만 합의를 해야 한다는 결론은 완성차 업체들과 동일하다. 

 

더욱이 고객사인 완성차 업체들의 요구를 무시하기 어렵다는 점도 조기 타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양사의 소송을 두고 입장차가 분명해 합의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LG화학은 대화의 조건으로 손해배상과 사과, 재발 방지를 들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세 조건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법대로 하겠다"는 입장을 펼치고 있다. 

 

LG화학은 이달 초 ITC에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 관련 조기 패소 판결을 내려달라고 요청한 상황이다. ITC 산하 조직인 불공정수입조사국(OUII)은 지난 15일 "LG화학의 요청을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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