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과 채용에 드라이브를 걸며 지역 민심 얻기에 나섰다. 불법 채용 논란을 완전히 해소하고 내달 결론을 앞둔 LG에너지솔루션과의 소송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8일 글로벌애틀란타(Globalatlanta) 등 미국 매체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현지 자회사 SK배터리아메리카(SKBA)는 약 200명을 고용했다. SKBA는 지난 11월 지역신문사 지면과 배너를 활용해 공고를 내고 채용을 진행해왔다. 모집 분야는 생산·품질·유지보수·안전관리 등이다.
공장 건설에도 진전을 보였다. 1공장은 90%가량 지어졌다. 올해 상반기 시험 생산을 거쳐 내년부터 본격 양산한다. 연간 생산량은 9.8GW 규모다.
SKBA는 11.7GWh 규모의 2공장도 짓고 있다. 지난달 이사회에서 최대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 규모의 그린본드 발행을 결정하고 자금 조달 방안을 마련했다. 1·2공장을 통해 2024년까지 미국 사업에 26억 달러(약 2조8700억원)를 쏟고 2600개가 넘는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현지 투자를 통해 불법 취업 이슈를 정면돌파하고 LG에너지솔루션과의 소송전에서 유리한 판결을 받아낸다는 전략이다.
작년 5월 미국 공장 건설 현장에서는 한국인 근로자 33명이 허위 고용증명서를 갖고 불법 취업하려다 미국 세관 당국에 적발돼 추방되는 사건이 있었다. 더그 콜린스 하원의원이 이를 문제 삼자 SK이노베이션은 작년 9월 1000명 이상한 숙련 인력 채용 계획을 밝히며 여론을 달랬다.
LG에너지솔루션과의 소송에 미칠 파장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SK이노베이션의 미국 투자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앞세워 분위기를 반전시키겠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영업비밀 침해 1건, 특허 침해 2건 등 총 3건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의 조기 패소 예비결정이 나온 영업비밀 침해 소송은 오는 2월 10일 최종 결론이 난다. SK이노베이션이 제기한 특허 침해 소송의 최종 판결 기일은 11월 30일이다.
판결을 앞두고 양사는 치열한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양사 공장이 들어서는 조지아와 오하이오주 주지사들은 ITC에 각각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을 지지하는 서명을 전달했다. 독일 폭스바겐과 미국 포드, GM 등 완성차 업계까지 목소리를 냈다.
최근에는 미국 특허심판원(PTAB)의 무효 심판 기각을 두고 다툼을 벌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이 낸 무효심판(IPR) 8건의 조사 개시를 거절하는 결정을 내렸다"며 "특허 유효성에 대해 다툼을 시작조차 못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SK이노베이션은 "PTAB가 중복조사를 이유로 각하한 것뿐"이라며 "오히려 특허가 취소될 수 있는 근거를 인정하고 있는데 LG에너지솔루션이 아전인수식으로 여론을 호도한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