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분쟁 글로벌 부품 공급망 '타격'… "장기화 우려"

-애플 아이폰, 델 노트북 생산 차질 전망
-정치 문제 얽혀 쉽게 풀리지 않을 것

 

[더구루=오소영 기자] 한일 무역 분쟁이 메모리 반도체를 비롯해 핵심 부품 생산 공급망에 타격을 입히며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질 거란 분석이 나왔다. 양국 정부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중재 역할을 할 미국이 침묵으로 일관하며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이 일본의 수출 규제로 피해를 입을 전망이다. 애플은 아이폰에 탑재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상당 부분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델(Dell) 노트북에도 삼성전자 반도체가 들어간다.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수출을 규제하면서 부품 공급에 차질을 빚게 되면 애플 아이폰과 델 노트북 생산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일부터 소재를 한국에 수출할 때마다 개별적으로 당국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기존에 포괄적으로 수행하던 수출 신청 및 허가 절차를 매 건마다 진행하도록 해 심사에만 건당 90일가량 걸리게 됐다. 규제 대상은 디스플레이 공정에 활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기판 제작용 감광제 포토 레지스트, 반도체 세척용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등 3개 품목이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삼성 주가는 이날 2.7% 급락했으며 이달 시가총액은 약 16조원 증발했다. SK하이닉스 주가도 이날 1.5% 하락했다. 이달 증발한 시총은 1조5000억원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소재 재고를 확보하지 못해 생산을 중단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삼성전자는 소재별로 평균 한 달 치의 재고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을 대체할 공급처를 찾기도 어렵다. 소시에테제네랄은 한국 기업들이 풀루오린 폴리이미드와 리지스트의 90% 이상을, 에칭가스는 44%를 각각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최고경영자(CEO)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운이 좋다면 반도체 업계는 재고를 조절할 수 있고, 그 사이에 일본 문제가 해결되면 해피엔딩이지만 정치와 경제 문제가 서로 얽혀 해결책을 찾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양국이 선거를 앞두고 있어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내년 4월에 총선을, 일본은 오는 21일 참의원 선거를 진행한다. 중재자 역할을 할 미국이 침묵하고 있는 점도 장기 전망을 어둡게 한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는 "(한일 갈등은)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지켜본는 것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베 총리의 한마디가 모든 걸 결정할 수 있다"며 "예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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