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윤정남 기자] ‘보이콧 재팬’ 등 한·일 경제전쟁으로 양국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는 가운데 국내 소비재기업이 일본에서 거침없는 ‘K-유통’에 행보를 보이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CJ는 K푸드와 K팝을 결합한 대규모 한류행사를 개최하고 농심은 일본 한정판 제품을 선보이고 고객몰이에 나서고 있다. 또한 아모레퍼시픽은 일본 내 로드숍 오픈을 서두르고 있다.
이들 기업은 모두 한류를 기반으로 일본에서 자리매김한 만큼 최근 불편한 한·일 관계에서 한발짝 벗어나 있다는 분석이다.
◇ CJ제일제당·CJ ENM 日법인, '비비고 페어 2019' 열어
CJ제일제당과 CJ ENM 일본법인은 9월 6일부터 8일까지 일본 최대 쇼핑몰인 이온 레이크타운에서 '비비고 페어 2019'를 개최한다. 도쿄 시내에서 차로 1시간 거리인 사이타마현 고시가야시에 있는 이온 레이크타운은 연간 5000만 명이 방문하는 초대형 쇼핑몰이다. 지상 3층, 매장 면적 21만8000㎡(약 6600평)에 달한다.
CJ는 행사 기간 대표 음식 브랜드인 ‘비비고’를 앞세워 '한식축제' 콘셉트로 부스를 꾸민다. 부스에서는 '비비고 왕교자'를 포함해 고추장, 돼지고기 등 한국산 먹거리를 구매할 수 있다. 행사 마지막 날인 8일에는 일본에서 활동하는 12인조 한국 아이돌 보이그룹 'Apeace'(에이피스) 등 양국 인기가수의 축하 무대도 열린다.
◇농심, ‘특별한 매운맛’ 日 공략…한정판 ‘신라면 激辛’ 출시
농심은 일본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신라면 판매 확대를 위해 '신라면 격신(激辛·격하게 매운)' 한정판 제품을 내놓으면서 일본 라면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를 통해 일본 라멘과 치열한 승부를 펼친다는 계획이다.
이번 선보인 '신라면 격신'은 신라면과 신라면블랙, 신라면건면 등 신라면 시리즈의 특별한 매운맛을 일본 고객들에게 알리기 위한 프로젝트 성격의 제품으로 일반 신라면 용기면보다 큰 신라면블랙 크기다. 매운 정도는 신라면 보다 다소 매운 것으로 알려졌다.
농심이 이번 프로모션을 통해 민민한 맛 위주의 일본 라멘과 차별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농심은 신라면의 일본 시장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일본에서도 매운맛 트렌드가 꾸준히 확산되면서 관련 식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여기에 주류(主流)시장인 메인스트림에서 'K-푸드' 열풍으로 신라면 브랜드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농심의 일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4% 상승한 26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7년 보다 비해 1.5배 수준으로 농심은 일본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재팬, 이니스프리 출점 속도
아모레퍼시픽 뷰티브랜드인 '이니스프리'는 9월을 시작으로 가을 시즌에 일본 내 이니스프리 매장 3곳을 추가로 출점한다. 출점 지역은 일본 대도시인 나고야와 오사카, 삿포로 등 3곳이다.
아모레퍼시픽은 다음달 1일 신제품도 선보인다. 이번에 출시되는 제품은 '제주 왕벚꽃‘ 시리즈으로 이날부터 일본 전역에서 일제히 판매될 예정이다. '제주 왕벚꽃 시리즈'는 제주도에서 자란 왕벚나무 잎 추출물이 함유돼 맑고 화사한 피부로 가꾸는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업의 일본 마케팅 성공 여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 기업의 마케팅이 성공으로 이어질 경우 한·일 양국간 정치적 관계는 한류를 기반으로 문화교류와 성격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악화된 한·일 관계를 고려할 때 이들 기업의 일본 행보는 의미가 있다“며 ”이들 행사가 성공할 경우 국내 ‘보이콧재팬’과 달리 우리기업의 일본 마케팅은 다양한 형태로 전개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