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길소연 기자] 한일 경제전쟁으로 불매운동이 거세지면서 일본 방문 여행객이 급감하자 일본 내에서 양국간 민간차원의 협력이 필요할 때라고 협조를 당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한일 관계 악화로 일본 방문객이 급감해 지역 경제가 흔들리자 일본 현지 지자체 관계자는 직접 한국 항공업계를 찾아 항공 노선 유지 및 관광 협력을 요청했다.
◇'보이콧 재팬' 일본 여행객 발길 '뚝'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일 관광교류 급감으로 일본 지자체 사이에서 "일본의 한국 수출 규제 조치로 한일 양국 관계가 악화되고 있다"며 "지금이야 말로 한일 간 민간 차원에서 협력과 왕래를 이어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일본 여행 거부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기존 여행 예약을 취소하는 등 일본행 발길이 뚝 끊기자 지역경제가 흔들리고 있어서다.
실제로 한국인 사이에서 인기있는 일본 도야마 알펜루트 여행 예약 줄취소가 이어지고 있다. 5-6월에도 순백의 겨울왕국을 즐길 수 있는 일본 도야마 알펜루트는 인기 여행지로 꼽힌다. 에어서울이 인천~도야마 노선을 주3회(월, 수, 토요일) 일정으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직항편을 운항하고 있다.
알펜루트 구간에서 케이블카 등을 운영하는 공공운송회사인 다테야마구로베간코 담당자는 "한국인 단체관광 취소가 이어지고 있다"며 구체적인 수치는 밝히지 않았지만, 관광객 급감으로 힘든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단순 관광객 발길만 끊긴 게 아니다. 학교 및 기업과 일본 지자체 간 교류 중단도 이어지고 있다.
광주, 전남도 내 학교에서는 수학여행 등 교류 활동을 목적으로 일본 도야마현과 자매결연을 맺고, 지자체를 방문하기로 했으나 이를 전면 취소했다.
김천시는 이시카와현과 중학생 교환학생 개념의 교류를 추진했으나 부담을 느끼고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시카와현 가나자와시는 전통 공예전으로 교류를 이어온 전주시로부터 교류 중단 요청을 받기도 했다.
인천상공회의소는 일본 이미즈 시와 자매결연을 맺고 제휴에 나서기로 했으나 방문 자체를 취소했다.
야마노 유키요시 가나자와시 시장은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교류 중단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국가 간 여러 문제가 있을수 있겠지만, 이런 때야말로 지방 자치 단체의 교류는 확실히 해 나가야 한다. 가나자와시와 전주와의 교류가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항공업계, 노선 '없애거나 줄이거나'…日 지자체 '유지' 요청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이후 한일 하늘길 이용객은 크게 줄어들었다. 일본 여행 보이콧 영향으로 여행객이 줄자 국내 항공사는 앞다투어 노선 정리에 나서고 있다. 이미 상당수 항공사가 노선 감축 및 중단에 나선 가운데 추가 감편이 예상된다.
하늘길이 끊기자 일본 지자체에서는 직접 한국 항공업계를 찾아 노선 유지를 읍소하고 있다. 현재 관광객이 급감한 상태라 힘든데 여기서 더 줄어들면 지역 경제 타격이 클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22개 일본 노선을 개설해 현재 19개를 유지하고 있는 제주항공에 일본 지자체 방문이 이어지는 가 하면 이스타항공에는 지난 7월 이후 복수의 일본 지자체 관계자가 서울로 찾아와 협력을 요청했다. 티웨이항공과 에어부산, 진에어 등에도 일본 지자체 접촉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무라오카 쓰구마사 야마구치현(山口)지사는 지난 7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에어서울이 '인천~야마구치 우베' 동계 운항을 취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에어서울) 경영 판단에 따른 조치로, 운항 재개가 불투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아직 공식적으로 결정된 건 아니라 지속해서 에어서울에 운항 유지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전체 노선 가운데 일본 노선 비중이 60%에 달하는 에어서울의 운항 중단 타격은 크다. 야마구치 우베만 해도 에어서울이 지난 2016년부터 3년째 동계 시즌 동안 '인천~야마구치 우베' 노선을 단독으로 운항해왔는데 이를 중단하면 한국과 야마구치 우베를 연결하는 하늘길은 끊기게 된다.
이런 이유에서 야마구치현은 에어서울의 취항 후 무라오카 지사가 직접 나서 톱세일를 전개하는 등 운항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심지어 야마구치현에서는 동계 운항이 아닌 연중 운항을 지속적으로 요청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반발로 일본 여행 거부 운동이 확산되자 일본 지방자치단체들의 한일 항공 노선 유지 요청이 줄을 잇고 있다"면서 "다만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내 항공사들은 일본 여행객 급감 추세에 따라 운항 중지, 좌석 축소 등을 계속해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