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오는 3월로 예상됐던 체코 원자력 발전소 입찰이 2021년으로 미뤄질 전망이다. 체코 정부가 원전 건설을 두고 유럽연합(EU)과 합의를 이뤄야 해서다. 현지 정부는 체코전력공사(CEZ)와 두코바니 지자체간 원전 계약을 마무리 짓고 사업 추진을 위한 본격 채비에 나선다.
◇입찰 3년 연기… 변수는 EU
3일 업계에 따르면 체코 정부는 지난달 21일(현지시간) 국제 에너지 포럼 각료회의에서 두코바니 원전 입찰 일정을 발표했다.
회의에는 안드레이 바비쉬 체코 총리와 다니엘 베네스 체코전력공사(CEZ) 최고경영자, 산업부 산하 야르슬라부 밀 산업부 산하 원자력에너지 조정자 등이 참석했다. 원전 입찰에 참여할 한국수력원자력과 러시아 로사톰, 프랑스 전력공사(EDF), 미국 웨스팅하우스, 중국 핵전집단공사(CGNPC), 프랑스·일본 컨소시엄 ATMEA 등 6곳도 자리를 지켰다.
체코 정부는 이날 원전 입찰이 2021년으로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이르면 올해 3월부터 입찰이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원전 건설 과정에서 EU와 협의하는 절차가 남아 당초 계획보다 미뤄지게 된 것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EU의 엄격한 공공조달 지침에 대해 예외 적용을 검토해야 하고 정부 보증과 파이낸싱 관련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올해 입찰은 어려워 보인다"라고 밝혔다.
체코와 이웃 국가인 독일의 반발도 걸림돌이다. 독일은 유럽에서 원자력 발전소가 증가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독일은 대표적인 탈원전 국가다. 2011년 5월 2022년까지 17기의 원전을 완전히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밀 산업부 산하 원자력에너지 조정자는 "EU와의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사업 추진을 위한 어떤 결과도 얻을 수 없을 것"이라며 긴 협상을 예고했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준비 박차
입찰이 연기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체코 정부는 올해 안으로 CEZ그룹의 자회사인 CEZ 두코바니Ⅱ와 지자체간 계약 체결부터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계약의 세부 사항은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CEZ의 이익을 극대화할 것이라는 게 그룹의 입장이다. 베네스 최고경영자는 "소액주주들이 손해를 입지 않는 모델을 찾고 있다"고 강조했다.
CEZ는 중동부 유럽 최대 에너지 그룹이다. 유럽 에너지 시장에서 7위에 올랐다. 체코에서도 두코바니 원전 4기와 테멜린 원전 2기를 모두 소유, 운영 중이다.
정부는 CEZ와의 계약이 끝나는 대로 두코바니 원전 건설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업계는 한수원과 로사톰의 양강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수원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바라카 원전을 성공적으로 건설했다. 다나 드라보바 체코 원자력안전청장은 작년 말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수원이 원전 건설 일정 및 예산과 관련, 최상의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고 밝혔었다.
로사톰은 방글라데시와 인도, 헝가리 등에서 33개 원전을 수주했다. 러시아가 체코에서 원전 6기를 운영하는 점을 고려할 때 로사톰이 유리한 고지에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체코 원전 사업은 두코바니와 테멜린 지역에 각각 1000㎿급 원전 1~2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총사업비는 21조원으로 2025년에 착공을 시작해 2035년에 상업 운영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