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전이 한국수력원자력과 미국 웨스팅하우스, 프랑스 EDF의 '3파전' 구도로 굳혀지고 있다. 러시아 로사톰과 중국광핵집단(CGN)의 참여를 두고 정치권 내 반대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카렐 하블리첵 산업통상부 장관이 양사의 배제를 또 언급해서다.
11일 체코 경제지 E15에 따르면 하블리첵 장관은 "로사톰과 중국광핵집단(CGN)은 두코바니 원전 사업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는 배제 이유로 '정치적 반발'을 들었다. 두코바니 원전 사업을 추진하려면 여·야를 아우르는 지지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체코 정치권에서는 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양국의 참여를 반대하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었다. 파벨 피셰르(Pavel Fischer) 체코 상원 외교안보위원장은 작년 6월 트위터에서 로사톰과 CNG의 참여에 우려를 표명했다. <본보 2020년 6월 10일 참고 [단독] 체코 상원 외교위원장 "중국·러시아 원전 입찰 배제"…한수원 우위 전망> 앞서 5월에는 현지 정부가 양국을 입찰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채택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로사톰은 즉각 반발했지만 하블리첵 장관의 발언으로 양사가 빠진 입찰이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이로써 잠재 사업자는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EDF로 좁혀지고 있다.
한수원은 로사톰과 유력 후보로 거론된 만큼 러시아가 빠지면 수주전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전망이다.
다나 드라보바 체코 원자력안전위원장은 2018년 10월 현지 매체에서 "예산과 건설 능력을 볼 때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전을 지은 한수원이 가장 좋은 사례“라고 평가했었다. 2017년 10월에는 얀 슈틀러 체코 정부 원전특사 일행이 부산시 기장군 고리본부와 울산시 울주군 새울본부를 찾아 한국형 원전에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한수원은 현지 사무소 개소와 봉사활동을 추진하며 수주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작년 9월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정재훈 한수원 사장이 직접 체코를 찾았다. 체코 신규 원전 사업 총괄책임자인 야로슬라브 밀 원전 특사와 체코전력공사(CEZ) 경영진 등을 만나 한국형 원전을 홍보했다.
다만 로사톰과 CGN이 단독이 아닌 컨소시엄 형태로 입찰에 나설 변수가 있어 마음을 놓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블리첵 장관은 "로사톰과 CGN을 제외하면 원전 비용이 더 많이 들 수 있다"며 컨소시엄을 꾸리는 방법을 '타협점'으로 언급했다.
두코바니 원전 사업은 두코바니 지역에 1000~1200㎿급 원전 1기를 짓는 프로젝트다. 사업비는 8조원이다. 체코 정부는 당초 작년 말 입찰에 돌입해 2036년 완공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와 총선 등을 이유로 미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