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주체코 중국 대사관이 "공정 경쟁 원칙에 어긋난다"며 두코바니 원전 사업에서 중국핵전집단공사(CGN)을 배제하려는 체코 정부 내 움직임에 반대를 표명했다. 체코 정부를 압박하며 입찰 형태를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수주전에 참여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배제'가 향후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주체코 중국 대사관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공식 성명을 내고 "체코 정부가 (두코바니 원전) 프로젝트 입찰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대사관은 "공정한 경쟁은 시장의 핵심"이라며 "국가 안보 개념을 일반화해 중국 기업이 체코에 진입하는 데 인위적인 장벽을 만드는 체코 측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공정한 경쟁의 원칙에서 벗어나 국제 경제·무역 규칙을 위반하며 정상적인 시장 질서에 위배되고 중국 기업의 합법적인 권리와 이익을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대사관은 중국 기업을 차별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대사관은 "체코 측이 시장 경제와 공정 경쟁 원칙을 준수하고 중국 기업에 개방적이고 공정하며, 투명하고 차별없는 비즈니스 환경을 제공하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대사관이 목소리를 내며 원전 입찰을 두고 체코 정부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현재 두코바니 원전 사업에는 한국수력원자력과 CGN, 러시아 로사톰, 미국 웨스팅하우스, 프랑스 EDF 등 5개 회사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중 CGN과 로사톰의 참여가 논란이 되고 있다.
무소속연합(STAN)을 비롯해 야당은 안보 문제를 거론하며 CGN과 로사톰 제외를 주장하고 있다. 체코 상원 외교안보위원도 양사의 참여에 우려를 표명하며 중국과 러시아의 입찰 배제 촉구 결의안을 내놨다. 상원은 작년 말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친러 성향인 밀러시 제만 체코 대통령의 입장은 다르다. 제만 대통령은 "입찰자가 줄면 비용이 비쌀 수 있다"고 주장하며 CGN과 로사톰의 참여를 밀어붙이고 있다.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3+2' 모델이 입찰 방식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CGN과 로사톰만 컨소시엄을 꾸리고 다른 회사들은 단독으로 입찰에 나서는 형태다. 체코 정부는 이 방식을 검토하고 있지만 야당이 끝까지 CGN과 로사톰을 빼자고 주장한다면 합의점을 찾기 어렵게 된다. <본보 2021년 1월 27일 참고 한수원, 체코 원전 입찰 '3+2' 시나리오 예의주시>
정계 갈등 속에 두코바니 원전 입찰인 미뤄지고 있다. 당초 작년 말 입찰이 열릴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늦어졌다. 올해 총선까지 겹쳐 무기한 연기되면서 2029년 착공, 2036년 가동한다는 계획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