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참여' 체코 원전, 하원 발목…불가리아 전처 밟나

'두코바니법' 하원 통과 내달 10일로 연기
야당 "中·러시아 제외, 비싼 전기가격·에너지 전환 흐름" 지적

 

[더구루=오소영 기자] 체코 신규 원자력 발전사업을 담은 이른바 '두코바니법'이 현지 하원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의 참여로 인한 국가안보 문제 우려와 비용 문제로 야당이 발목을 잡아서다. 이미 불가리아 원전 입찰이 무산된 가운데 체코 두코바니 사업마저 정부와 야당이 엇박자를 내며 한국수력원자력의 해외 원전 수주가 위축될 전망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체코 하원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저탄소 에너지 전환과 보조 에너지원에 관한 법 개정안의 처리를 내달 10일로 연기했다. 이 법은 두코바니 원전 건설을 비롯해 신규 원전 사업을 담고 있어 일명 '두코바니법'이라고 불린다. 체코 정부는 당초 20일에 법안을 통과시킬 계획이었지만 야당의 반대로 미뤄졌다.

 

야당은 러시아 로사톰과 중국광핵집단공사(CGN)의 입찰 제외를 주장해왔다. 체코 무소속연합(STAN) 대표인 비에트 라쿠잔(Vit Rakusan)은 현지 일간지 아쿠트알네(Aktualne)를 통해 "체코의 안보 정책, 주권에 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양사의 참여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명확히 검토하기 이전까지 사업을 진행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야당의 반대 속에 친러시아 성향인 밀러시 제만 체코 대통령은 양국의 입찰 참여를 밀어붙이고 있다. 제만 대통령은 '프리마(Prima) TV'에서 "입찰자를 줄이면 가격 인상을 유발해 국익에 해를 끼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원전 비용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무소속인 얀 시진스카이(Jan Čižinský) 하원 의원은 "국가가 원전 사업자와 합의한 전기 가격이 시장 가격보다 비싸면 거래는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며 "원전 발전소의 건설, 운영, 해체로 인한 모든 잠재적 위험은 궁극적으로 납세자, 국민에게 전가된다"고 강조했다.

 

레인보우 무브먼트(Rainbow Movement)를 비롯해 현지 환경단체들도 야당의 공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전기 구매 가격에 대한 국가의 보증없이 사업이 진행될 리 없고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은 높은 가격으로 전기를 사야 한다는 비판이다.

 

신재생에너지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유럽 주요 국가들의 흐름과 배치된다는 점도 야당의 반대 이유 중 하나다. 마린 유레츠카(Marian Jurečka) 체코 기독교민주연합-체코슬로바키아 인민당(KDU-CSL) 대표는 "약 180만 가구의 주택 지붕을 활용해야 한다"며 "가정용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면 640억 코루나(약 3조2900억원)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체코 정부는 당초 지난해 입찰에 착수할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미뤄졌다. 정치권 갈등까지 겹치며 두코바니 원전 사업의 난항은 지속되고 있다.

 

한수원의 해외 원전 사업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은 체코 사무소를 열고 현지 정부 인사들과 접촉하며 두코바니 원전 수주에 공을 들여왔다. 

 

한수원은 최근 입찰에 도전했던 불가리아 벨레네 제2원전 사업이 무산되는 고충을 겪었다. <본보 2021년 1월 22일 참고 불가리아, 벨레네 제2원전 포기…한수원 '허탈’>  한수원은 로사톰, 중국핵공업집단(CNNC)과 전략적 투자자 후보로 선정됐었다. 이후 진척이 없다가 불가리아 정부가 코즐루두이 원전 7호기를 짓기로 하며 사업이 사실상 종료됐다.


관련기사









테크열전

더보기




더구루인사이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