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일본 완성차 업체인 닛산이 애플과 자율주행 전기차인 이른바 '애플카' 개발에 협력 의지를 내비쳤다. 애플이 일본 회사와 접촉 중이라는 현지 보도가 나온 지 약 5일 만이다. 양사의 협력 분위기가 무르익으며 닛산이 현대자동차그룹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치다 마코토 닛산 최고경영자(CEO)는 9일(현지시간) 실적발표회에서 애플과의 협력에 관한 질문에 "우리는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추구해야 한다"며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회사와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코토 CEO가 긍정적인 의견을 내놓으며 애플이 닛산과 손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매체들은 "애플이 일본 완성차 브랜드 6곳과 접촉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닛산을 포함해 혼다와 마쓰다, 미쓰비시 등이 교섭 물망에 올랐다. 혼다와 마쯔다는 해당 사안에 대해 함구했으며 미쓰비시는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닛산도 아무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우호적인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라이트스트림 리서치 미오 카토 애널리스트는 "미국 공장의 생산 여유를 고려할 때 닛산이 애플과 진지하게 논의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라고 밝혔다. 닛산은 미국 테네시에 완성차와 엔진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닛산은 자율주행차 기술에도 적극 투자해왔다. 닛산은 자율주행차 기술인 프로파일럿(ProPilot)을 미니밴 세레나(Serena),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트레일(X-Trail), 전기차 리프(Leaf) 등에 도입했다. 지난 2013년 도쿄에서 자율주행차 시험 주행을 시작으로 2016년과 2017년 각각 미국 실리콘밸리와 영국 런던 도로를 달렸다. 지난해의 경우 전기차 리프에 자율주행차 기술을 적용해 영국에서 230마일(약 370km)의 테스트 주행을 마쳤다.
구글의 웨이모와도 기술 제휴도 이미 체결했다. 양사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공동으로 진행하고 법·제도 마련에 참여하기로 했다.
닛산이 잠재 후보로 거론되면서 현대차그룹을 대체할지 이목이 쏠린다. 현대차·기아는 지난 8일 공시를 통해 애플과의 논의 중단 사실을 알렸다.
업계는 애플이 다수 회사와 협력해 파트너사간 경쟁을 유도하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애플 소식에 정통한 궈밍치 대만 TF인터내셔널증권 연구원은 "제너럴모터스(GM)와 푸조-시트로앵도 애플카 협업 대상이 될 것"이라며 복수 회사와의 협력을 예상하기도 했다.